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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인물/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2 현대문학

by 서연비람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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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영국의 역사학자 트레벨리언(George M. Trevelyan)역사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고 말하면서 역사의 설화성을 강조했다. 설화의 근간은 서사(narrative)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서 서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유령처럼 떠돈다. 우리는 서사가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서의 기술에도 많이 사용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상당 부분은 인물의 전기로 채워져 있고,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전기를 풍부하게 싣고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불교 설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서사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한국사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려면 정치사뿐만 아니라 경제사·사회사·문학사·음악사·미술사·철학사·종교 사상사·교육사과학 기술사상업사농업사환경 생태사민중 운동사여성사전쟁사 등 한국문화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마침 한국문화사를 소설가들이 소설로 접근하면 어떻겠느냐는 논의를 진행해온 서연비람이 ()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 소설가들에게 집필을 의뢰하여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시리즈의 첫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 여성사1:고대·중세편· 소설로 읽는 한국 여성사2 :근세·현대편, 두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 음악사1 :고대·중세편·소설로 읽는 한국 음악사2 :근세·현대편에 이어 세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고전문학편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현대문학편을 출간하게 되었다. ()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회원들이 열심히 작품을 쓴 결과 총 18편의 신작 중단편 소설이 모이게 되었다. 이 작품들 가운데 3편의 중편소설과 6편의 단편소설을 편집하여 소설로 읽는 한국 문학사2:현대문학편을 출간하게 되었다.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현대문학편에는 이 진·박선욱·김종성 소설가가 집필한 중편소설 3편과 정우련박숙희김찬기김주성김현주김세인 소설가가 집필한 단편소설 6편이 수록되어 있다. ()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 9명의 소설가들이 한국사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갔던 한용운염상섭김소월최서해이상김동리황순원최인훈이문구를 언어라는 존재의 집으로 초대해 그들의 삶과 사상을 탄탄한 문장으로 형상화했다. 권말에 실은 한국현대문학사 연표는 김종성 소설가가 집필했다.
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모은 원고를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준 서연비람 윤진성 대표와 이상기 편집장을 비롯한 편집진의 노고도 컸다. 끝으로 내외 환경이 나날이 어려워져 가는 이때 안간힘을 쏟아 창작 활동을 하는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윤정모) 회원 여러분들과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현대문학편을 출간하는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한다.


목차

머리말

1. 한용운 이진
2. 염상섭 정우련
3. 김소월 박선욱
4. 최서해 : 서늘한 촉감 김종성
5. 이상 박숙희
6. 김동리 : ()의 구경적(究竟的) 형식 김찬기
7. 황순원 김주성
8. 최인훈 김현주
9. 이문구 김세인

한국현대문학사 연표
집필 작가 소개


저자 소개

이진

200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전남대 생물학과 및 광주여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와 목포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소설집 『창』ㆍ『알레그로 마에스토소』ㆍ『꽁지를 위한 방법서설』, 장편소설 『하늘 꽃 한송이, 너는』ㆍ『허균, 불의 향기』, 연구서 『‘토지’의 가족서사 연구』 등 출간. 전 광주여대 교수. 현 오월문예연구소 사무처장.

정우련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부산소설문학상⸱부산작가상 수상. 부산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및 경성대 대학원 박사과정 국문학과 수료. 소설집 『빈집』ㆍ『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산문집 『구텐탁, 동백아가씨』 등 출간. 전 부산외국어대 겸임교수.

박선욱

1982년 계간 《실천문학》 신인문학상 시 당선.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ㆍ『눈물의 깊이』ㆍ『풍찬노숙』, 청소년소설 『고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장편소설 『조선의 별빛: 젊은 날의 홍대용』, 평전 『윤이상평전: 거장의 귀환』 등 출간. 전 도서출판 풀빛 상임 편집위원.

김종성

1986년 월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 중편소설 당선. 경희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 고려대 국문과 및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와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소설집 『마을』ㆍ『탄(炭)』ㆍ『연리지가 있는 풍경』ㆍ『말 없는 놀이꾼들』ㆍ『금지된 문』 등 출간. 연구서 『한국환경생태소설연구』ㆍ『글쓰기의 원리와 방법』ㆍ『한국어 어휘와 표현Ⅰ⸱Ⅱ⸱Ⅲ⸱Ⅳ』 등 출간. 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교수. 현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위원장.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 편집위원.

박숙희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부산대 사회학과 졸업. 장편소설 『쾌활한 광기』, 『키스를 찾아서』, 『이기적인 유전자』, 『사르트르는 세 명의 여자가 필요했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등 출간. 산문집 『너도 예술가』 출간. 전 도서출판 풀빛 편집장.

김찬기

199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고려대 국문과 및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소설집 『달마시안을 한 번 보러와 봐』, 연구서 『한국 근대문학과 전통』ㆍ『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 전(傳)』, 역서 『고등소학독본』, 공저 『근대 국어 교과서를 읽는다』 등 출간. 현 한경대학교 교수. 한경대학교 교무처장. 현대소설학회 회장.

김주성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삼성문학상 수상. 황순원문학연구상 수상.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 대학원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소설집 『어느 똥개의 여름』ㆍ『공명조가 사는 나라』(공저), 장편소설 『사랑해 수니야』, 대표작품집 『불울음』 출간. 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

김현주

1998년 계간 《문학과 사회》 단편소설 당선. 송순문학상 수상.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소설집 『물속의 정원사』, 장편소설 『붉은 모란주머니』, 산문집 『네번째 찻물』 출간. 전 장성도서관 독서토론강사.

김세인

1997년 계간 《21세기문학》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옥탑방」 당선.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및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소설집 『무녀리』ㆍ『동숙의 노래』, 장편소설 『오, 탁구!』ㆍ『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출간. 전 숭의여대, 장안대 강사. 현 세종시평생교육학습관에서 문예창작 강의.


책 속으로

한용운-이진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한용운은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이며 소설가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엔 의병 활동에 가담한 적도 있으며 연해주와 만주 등지를 돌며 독립투사의 길로 나서고자 한 적도 있었다. 일진회원으로 또 밀정으로 오해받아 고난을 겪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총알이 목에 박힌 채로 평생 살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평생을 오롯하게 바친 독립운동에의 열정은 그 모든 고난을 딛고 다양한 이력과 재능으로 피어났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명으로 옥고를 치르는 동안 ‘조선 독립의 서’라는 명문(名文)을 남겼으며, 시집 『님의 침묵』을 출간함으로써 희망없이 떠도는 조선 민중들에게 압제에의 저항과 삶의 고양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흑풍』, 『박명』 등의 장편소설을 일간지에 연재하면서 당대를 살아가는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불교의 개혁과 현실 참여를 주장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조선불교유신론』을 펴내기도 하였다.
조선 독립을 1년여 앞두고 지병으로 숨진 한용운의 만년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기를 지면의 한계로 하여 충분히 담아내진 못했으나, 짧은 소설로나마 일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염상섭-정우련

구한말인 1987년에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나라가 망하는 현장을 똑똑히 지켜보았고 군수였던 부친이 왜놈들 때문에 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일을 평생 잊지 못했다. 일본 유학 중 오사카에서 직접 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려다 붙들려 옥중에서 「어째서 조선은 독립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라는 글을 써서 오사카(大阪) 아사히신문사(朝日新聞社) 주필에게 보내기도 했다. 동아일보를 비롯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로 재직하며 누구보다 세평에 밝았으며 폐허 동인을 결성 순문예지 <<폐허>> 창간을 주도했다. 1921년 3.1운동 직후 식민지 지식인의 심적 허탈 상태와 정신적 현기증을 단적으로 표현한 첫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로 이어지는 세 시대상의 추이와 그 특징을 그린 『삼대』, 식민지 조선을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무덤으로 묘사한 「만세전」 등 리얼리즘 소설의 전형을 창조하였다. 장편소설 27편, 단편소설 150편, 평론, 수필, 기타 글이 291편 등 총 470여 편의 엄청난 양의 작품을 써서 한국 현대소설의 큰 산맥으로 우뚝 선 문제적 작가로 남았다.

김소월-박선욱

김소월을 일컬어 사람들은 흔히 ‘한(恨)의 정조를 노래한 시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민요적 서정성을 지닌 시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의 여러 시편들 속에 녹아 있는 슬픔과 그리움을 짚어 나가자면 전자의 표현이 어울릴 것이요, 그가 구사한 리듬과 율격을 보자면 후자의 지적이 딱 들어맞을 것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의 문학세계 속에서 발현되는 서정적 자아가 상당 부분 여성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그가 살아온 궤적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 모든 관점들은 어느 정도 적실성을 획득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암울한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참으로 아름답고 빛나는 시어들을 삼천리 강산에 축복처럼 뿌리고 간 시인이었다. 1930년대는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가 조선을 병참기지화하면서 민족말살정책을 펼치던 때이다. 그는 이 무렵 일경의 집요한 회유와 감시를 받으며 괴로워하다가 모국어의 순결성을 지키고자 ‘시적 순교의 길’을 택한 지조의 시인이었다.

이상-박숙희

「이상」은 1937년 이상이 사망하기 2년 전인 1935년 여름, 경성을 무대로 한 단편소설이다. 당시 이상은 1933년 개업한 제비다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비다방의 마담은 이상이 사랑한 여인 금홍이었다. 건축을 전공한 이상은 제비다방의 내부와 외부를 모두 자신이 직접 설계할 정도로 제비다방에 대한 포부와 애정이 컸다. 하지만 유럽 문명을 동경했던 이상의 설계는 당시 경성 분위기와 비교하면 파격적이어서 대중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다방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시작된 금홍과의 갈등은 소설의 주된 줄거리가 된다. 제비다방과 금홍 그리고 이상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그러나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이상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음악을 즐겨들으며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 천재시인 이상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줌으로써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의 시가 관념이 아닌 현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말하고자 했다.

최서해: 서늘한 촉감-김종성

「최서해:서늘한 촉감」 은 1924년 단편소설 「고국(故國)」이 《조선 문단(朝鮮文壇)》에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한 최서해의 삶과 문학 세계를 그린 중편소설이다. 일제 식민 통치 시기에 작품 활동을 한 최서해는 10살 무렵 아버지가 북만주로 건너가 독립군 활동을 하는 바람에 보통학교를 중퇴하고 함경도 지방과 서간도 일대에서 겪었던 밑바닥 체험을 소설로 형상화 해서 1920년대 대표 작가로 떠올랐다. 최서해의 전기적 사실에 입각하여 그의 소설이 체험적‧르뽀적 성격을 띄고 있다고만 보는 평가가 온당하지 않으며 당대의 작가들에 비해 창작 기술이 미숙하고 문장력이 떨어지고 사상이 빈곤하다고 보는 평가도 단견이라는 것을 김종성은 「최서해:서늘한 촉감」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최서해:서늘한 촉감」은 굶주림과 병마와 싸우면서 사신(蛇神)으로 상징되는 일제의 유혹과 억압, 그리고 유한 계급 출신의 작가들이 주도하는 한국문단의 벽을 넘어서서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해 치열하게 응전했던 최서해의 삶과 문학 세계를 그리고 있다.

김동리: 생(生)의 구경적(究竟的) 형식-김찬기

동리는 자신의 문하생들이 개최한 고희 기념 학술대회에 참가한다. 이 자리에서 동리 연구자로 명성이 자자한 문 교수의 피날레 발표가 이어지고, 이 자리에서 문 교수는 동리문학의 핵심을 구경적(究竟的) 생(生)의 형식이란 말로 명제화하고 그 함의를 설명한다. 이때 대학원생이 의문을 제기하며 장내는 긴장감에 휩싸이고, 학술대회가 끝나고 뒷풀이 장소에 가서도 학술대회 사회를 보던 황 교수와 청년 대학원생 간에 논쟁이 이어진다. 결국 동리가 직접 나서 구경적 생의 형식이란 말의 함의를 설명한다. 동리는 인간의 운명이란 형식의 발견을 통해서만 비로소 드러날 수 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성숙의 미달을 고민하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삶의 지극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말로 구경적 삶의 형식의 함의를 설명한다. 그리고는 동리가 마치 엿판을 메고 떠나는 사람처럼 뒷풀이 장소를 떠난다.

황순원-김주성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은 1915년 3월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났다. 17세 때인 1931년 7월 첫 시작품 「나의 꿈」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해 1936년까지 『방가』(1934년), 『골동품』(1936년) 등 두 권의 시집을 간행했다. 그러나 1937년 7월 단편 「거리의 부사」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새 출발한 그는 어떤 시대적 조류에도 휩쓸리지 않고 일관되게 순수문학의 본령을 지키며 그만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열어나갔다. 1934년 평양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 1939년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5월 월남하여 남한에 정착한 후에도 쉼 없이 소설 창작에 전념하였다. 1950년대 이후 황순원은『별과 같이 살다』(1950년), 『카인의 후예』(1954년),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0년), 『일월』(1962년), 『움직이는 성』(1973년)에 이르는 왕성한 장편소설 창작을 통해 구원의 문제 또는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였다. 2000년 9월 86세로 별세하기까지 그가 발표한 소설은 단편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에 달한다. 20세기 한국문학사를 돌아볼 때 황순원은 우리 문단에 끼친 영향이나 이룩한 문학적 성과에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거목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인훈-김현주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최인훈. 그는 1936년 4월 13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4학년을 중퇴한 이후, 군대 생활을 하던 중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559년 등단한 후, 2001년부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2018년 죽음 직전까지도 펜을 놓지 않았던 그는 ‘전후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분단문제와 민족의식, 그에 따른 정치상황과 사회현실이다. 소설가 최인훈의 평생 트라우마는 피난민 의식이었다. “우리는 또 어디서 왔다고 할 것이냐”라는 아버지의 뼈아픈 한 마디. 대표작 『광장』으로부터 자전소설 『화두』에 이르기까지, 분단국가의 비극으로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그의 전(全) 작품을 관통한다.

이문구-김세인

이문구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어와 향토색 짙은 고유어를 사용함으로써 토속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한학적 소양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어구를 능란하게 구사한다. 농촌의 궁핍한 실상을 다루면서 이들의 삶에 내재 되어 있는 사실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욕설, 과장, 비유, 속담을 사용하는데, 이는 등장인물을 생동감 있게 표출시켜서 골계적인 해학으로 발현된다. 이문구의 문체는 매우 독특하다. 전통적인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살린 의고체의 문장과 토속어를 사용하여 해학과 풍자의 미를 나타낸다. 일찍이 그의 문체를 알아본 김동리는 “이문구는 장차 한국 문단의 독특한 스타일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예언 한 바 있는데,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이문구의 작품은 ‘이문구 문체’를 낳았으며 ‘북에 홍명희, 남에 이문구’라는 평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