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EBS 북카페 오늘의 고전〉 선정 도서
(방송일 2018년 12월 10일~12월 13일)
권오숙 교수의 해설과 함께 읽는 『서연비람 셰익스피어 선집』
번역서의 틀을 깨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기존 번역서의 틀을 깨고 새롭게 구성하였다.
- 작품을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본문 앞에 수록
- 가독성을 최대한 높인 유려한 번역
- 작품을 읽고 생각해봐야 할 논제들 제시
- 작품의 주요 논제들에 대한 쉽고도 깊이 있는 해설
“사랑, 인종, 종교, 법, 물질주의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걸작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권오숙 교수의 유려한 번역과 통쾌한 해설로 읽는다.”
셰익스피어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학술적 활동과 대중적 활동, 양방향에서 열심히 뛰어온 권오숙 교수. 상아탑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가르치는 일, 학술 논문을 쓰고 학회에서 발표하는 일, 셰익스피어를 알고, 읽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대중강연, 셰익스피어 작품의 우리말 번역 등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운데에도 계속 해갈되지 않아 가슴에 남아 있던 문제, ‘어떤 번역본을 읽어야 하나?’ 라는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 역자는 서연비람과 셰익스피어 시리즈 번역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 숙제를 해갈하고자 했다.
물론 그동안 훌륭한 셰익스피어 학자들이 정성을 다해 번역을 해왔으나 번역과 작품 해설이라는 천편일률적인 구성에, 운문이라는 셰익스피어 텍스트가 지닌 특성으로 인한 가독성 문제, 이해가 되지 않는 비유와 말장난 등 번역서마다 나름의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오숙 역자도 다른 출판사에서 셰익스피어 번역 작업에 참여했지만 대체로 세계 문학 전집에, 아니면 셰익스피어 전집에 한두 권 삽입된 것이라서 전집의 전체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 명확히 이해되지 않고, 안개에 덮인 것처럼 잡힐 듯 말 듯 갈증을 느끼며 책을 덮었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번역본을 건네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국내 거의 모든 번역본이 지니고 있는 형식을 파격적으로 깼다. 우선 번역을 읽기 전에 알고 있으면 좋은 정보들을 번역 앞쪽에 배치했다. 그리고 번역은 가능한 가독성에 방점을 두었다. 물론 그러다 보면 셰익스피어의 현란한 비유적 표현과 말장난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 역자는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살릴 수 있는 한 그런 요소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가독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는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번역 뒤쪽에는 두루뭉술한 해설이 아니라 작품의 가장 중요한 논점들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하였다. 한마디로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라 해설과 함께 읽는 번역서로서의 『베니스의 상인』을 독자 앞에게 내놓게 되었다. 오랫동안 역자를 괴롭혀 왔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준비하면서 역자는 번역 과정에도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해설 작업에도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독자는 서연비람 셰익스피어 선집6 『권오숙 교수의 해설과 함께 읽는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목차
역자 서문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기 전에
『베니스의 상인』을 읽기 전에
베니스의 상인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나서
셰익스피어 연보
저자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세계 최고의 대문호라고 평가받는 셰익스피어는 영국 르네상스 때 인기 있는 극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를 비롯하여 총 38편의 희곡과 2편의 장편 설화시, 그리고 소네트 시집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예술가, 철학가, 사상가들에게 지적, 미학적 영감을 주어 세계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 독자들의 필독서이자 애독서로 남아 있다.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셰익스피어는 주로 탐욕과 욕망에 휘둘리고 어리석은 판단과 분별력으로 비극적 상황에 빠져드는 인간들의 여러 모습을 그려냈다. 아름다운 시어와 흥미진진한 극적 구성뿐만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주제의 보편성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권오숙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 연구이사
주요 저서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다』(2016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셰익스피어,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다』, 『청소년을 위한 셰익스피어』(2011 대한출판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 도서), 『셰익스피어와 후기 구조주의』(2008 문광부 선정 우수 학술도서),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2005 학술진흥재단 선도연구자 지원 사업선정)
주요 역서
『맥베스』, 『오셀로』, 『헨리4세』 2부, 『살로메』, 『맥베스: 양심을 지닌 아킬레스』, 『권오숙 교수의 해설과 함께 읽는 베니스의 상인』, 『권오숙 교수의 해설과 함께 읽는 리어 왕』,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입문』, 『권오숙 교수의 해설과 함께 읽는 로미오와 줄리엣』 등
주요 논문
「셰익스피어 한국어 번역 100년사」, 「19세기 아동 문학 풍토와 램 남매의 〈셰익스피어 이야기〉 각색 연구」, 「재소자들의 윤리적 갱생을 위한 셰익스피어 치유법」, 「셰익스피어의 법률희곡 『베니스의 상인』과 『자에는 자로』를 통한 셰익스피어의 법률관 연구」 등 다수
책 속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기 전에 p.17~18
『2. 셰익스피어의 시대─영국 르네상스 시대 셰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와 제임스 1세(James I)가 다스리던 시대에 극작 활동을 하였다. 영국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영국은 중앙 집권적인 절대 왕정 국가였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는 동안 영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국력이 강해졌다. 오랜 치세 동안 여왕은 영국 국교회의 확립을 꾀하고, 로마 가톨릭교와 신교를 억압하여 종교적 통일을 추진했다. 또 고문인 윌리엄 세실과 함께 화폐 제도를 통일하고, 빈민 구제법을 시행하고, 상업을 중시하는 중상주의 정책을 도모하고, 해외 무역을 적극 권장하는 등 많은 경제 정책을 실시했다. 나아가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고, 미국 1호주인 버지니아 식민지를 설립하여 식민 정책의 기 초도 확립했다. 대외적으로는 1588년에 스페인의 무적함대라 불리는 아르마다 호를 무찔러 해상 주도권도 장악했다. 문화면에서도 영국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황금시대가 도래하여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cer),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학자와 문인들이 많이 배출됐다. 14~16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르네상스 운동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를 이상적으로 여겨 이들을 부흥시킴으로써 새문화를 창출해 내려는 운동이다. 영국은 섬나라인 까닭에 이탈리아에서 이미 14세기에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이 대륙에 비해 뒤늦게 전해져, 엘리자베스 1세 때 르네상스기를 맞이한다. 이때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세네카, 플루타르코스 같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의 많은 고전들이 영어 로 번역되었다. 셰익스피어 같은 대작가가 탄생할 좋은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셰익스피어 시대 작가들은 이들 고전 작가들을 칭송하고 그들 작품들을 훌륭한 글쓰기의 모범으로 삼았다. 셰익스피어도 이들 작가들에게서 지대한 영향을 받아 그들의 작품을 원전으로 삼아 극을 쓰기도 하였고, 그들의 극작 스타일로 극을 쓰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많이 차용하기도 하였다
『베니스의 상인』을 읽기 전에 p.44~45
1. 셰익스피어 희극의 특징
셰익스피어 하면 머리에 딱 떠오르는 작품들이 『햄릿』,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들이기는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비극보다 희극을 훨씬 많이 썼다. 그리고 조금씩 색깔이 다른 장르의 희극을 썼다. 따라서 희극과 비극의 차이, 셰익스피어 희극의 의의와 가치, 셰익스피어 희극의 특징, 희극의 하부 장르별 특징 등을 알면 작품을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희극과 비극의 차이
어리석은 인간의 본성이 웃음거리가 되느냐, 아니면 심각한 파멸의 원인이 되느냐에 따라 희극과 비극으로 나뉜다. 비극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지나친 격정들이 불러오는 파괴적 결과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희극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격정을 한바탕 웃음으로 웃어넘긴다. 희극에도 비극에서처럼 사건의 발단이 있고, 무질서가 팽배해지며 삶이 뒤죽박죽이 되는 갈등 단계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과는 달리 희극에서는 모든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되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셰익스피어 희극의 가치
셰익스피어의 비극들이 심오한 인생에 대한 성찰이 담긴 문학 텍스트로써 그 진가를 발휘한다면, 셰익스피어 본연의 장르인 공연 텍스트로써의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단연 희극들이다. 지적인 성찰이 담긴 긴 대사가 많은 비극들은 극장에서 볼 때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기지와 재치가 넘치는 대사들로 가득 찬 희극들은 활력과 생동감이 넘친다.
따라서 셰익스피어가 극작가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을 때 그의 희극들의 가치는 절대 폄하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는 희극적인 인물과 희극적 상황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다. 셰익스피어 비극 속 대사에서는 깊은 철학적 무게가 느껴지는 데 비해 희극 속 대사에서는 순간적 재치와 기지가 번뜩인다.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나서 p.222
밧사니오
샤일록이 지독한 수전노인데 반해, 젊은 귀족 밧사니오는 지나치게 방탕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함으로써 두 사람의 생활 방식은 극단적으로 대비되고 있다. 밧사니오는 이미 앤토니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으나 자신의 표현처럼 “미약한 수입으로는 끌어가기 힘든” 사치스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친구를 담보로 빚을 냈음에도 벨몬트로 떠나기 전날에도 잔치를 열어 샤일록을 비롯한 사람들을 초대하는가 하면, 샤일록에게서 떠나 자신의 하인으로 들어온 랜슬롯에게 멋진 새 옷을 주는 등 호기를 부린다.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는 샤일록은 이런 밧사니오의 흥청대는 생활을 경멸한다.
이렇듯 방탕한 생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밧사니오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돈 많은 상속녀 포샤에게 청혼 모험을 떠나려 한다. 셰익스피어는 밧사니오가 정말 포샤를 사랑하여 청혼을 하러 가는가, 아니면 그녀의 재산이 탐나서인가를 아주 모호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청혼 모험의 경비를 마련하고자 친구 앤토니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대단히 반감을 지니고 있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인육을 담보로 돈을 빌리게 한다. 이렇게 셰익스피어는 밧사니오라는 인물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가 함 고르기에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올바른 함을 고르게 함으로써 그에게도 긍정적 면모를 부여한다.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나서 p.239
9. 반지 에피소드의 의미
3막에서 포샤는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밧사니오가 바른 함을 고르자 기쁨에 가득 차서 밧사니오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과 집, 하인들과 자기 자신까지도 양도한다. 그리고 밧사니오를 군주요, 지배자요, 왕이라고 떠받들고 자신에 대해서는 교양도 없고 배움도 부족하며, 경험도 부족한 여자라고 비하한다. 이런 모습에서 포샤가 모든 법적 권리를 포기하고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따라 순종적인 아내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대사 마지막 부분에서 밧사니오의 손에 ‘영원한 사랑의 징표’인 반지를 끼워 준다. 그리고 절대 이 반지를 버려서도, 잃어버려서도, 남에게 주어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만약 그럴 경우에 는 사랑의 약속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자신이 큰소리치는 입장이 되 겠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큰소리를 친다는 것은 가정에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관으로 변장하여 베니스 법정에서 앤토니오를 구해 낸 뒤 포샤는 이 반지를 노고의 대가로 받아 낸다. 그러고는 반지를 남에게 빼어 준 사실을 빌미 삼아 결혼 생활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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