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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한국 고전문학

설중환 교수와 함께 읽는 춘향전

by 서연비람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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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할 우리의 영원한 고전 『춘향전』

서민 종합 예술인 판소리를 청소년과 일반 대중에게 되돌려 주고자 오랫동안 고전 문학을 공부해 온 설중환 교수님이 해설을 덧붙여 만든 또 하나의 이본. 우리 고전과 전통 문화에 대한 지식욕을 제대로 채워 줄 수 있는 교양서로 재미와 깊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작품의 원작을 현대어로 새롭게 수정하여 생동감이 넘치며, 발랄한 고전을 맛볼 수 있다. 아울러 작품 후반부에 해설을 덧붙여 깊이 있는 이해를 더했다. 
『춘향전』의 줄거리는 누구나 다 알 정도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 매우 친근한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을 직접 읽어 본 경우는 드물다. 
춘향은 양반 아버지와 기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춘향은 조선 시대의 법으로는 어미와 마찬가지로 기생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당돌하게도 양반의 부인이 될 꿈을 꾼다. 비록 반쪽짜리이긴 하나 양반의 혈통을 타고났기에 엄격한 조선의 신분 사회에서 춘향은 양반이 될 꿈을 꾼다. 그녀는 이 꿈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준비했고, 또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 이를 포착한다. 그리고 이 도령과 방자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신분 상승을 방해하는 변학도와 어머니를 이기고 기어이 그녀의 꿈을 성취한다. 신분 상승은 당시 조선 시대의 신분제 하에 있던 모든 평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꿈이었을 것이다. 
설중환 교수의 『춘향전』을 읽으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춘향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유쾌한 말놀이 재미에 푹 빠지게 되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춘향전』을 읽기 전에

『춘향전』
1. 꽃과 나비
2. 음풍을 날리는 춘향이
3. 춘향이 드디어 이 도령을 낚다
4. 춘향 치마를 벗다
5. 거울을 받고 헤어지는 춘향이
6. 변학도에게 맞서는 춘향이
7. 꿈을 꾸는 춘향이
8. 암행어사 출두야

작품 해설 『춘향전』 꼼꼼히 들여다보기
『춘향전』이란
아리송한 춘향이
기생이 어떻게 양반의 부인이 될 꿈을 꿀 수 있었을까
주도면밀한 춘향이
음풍을 날리는 춘향이
꿈속의 용을 만나다
춘향이 드디어 치마를 벗다
「사랑가」 속에 숨겨진 의미
거울과 옥지환을 주고받으며 헤어지는 춘향이
집장가 ─ 매 맞으며 부르는 노래
도미 처의 이야기
꿈을 꾸는 춘향이
꿈속의 용이 되어 준 이 도령
암행어사 박문수
방자한 방자
자상한 변학도
보통 아버지 이 사또
프로 정신이 있는 기생 월매
말년 운이 트인 춘향이
꿈속의 용을 잡아 봄 향기 같은 꿈을 이룬 여자
우리 모두 양반이 되자
주제는 변하는가?
우리 모두 춘향을 꿈꾸자


저자 소개

설중환 엮음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를 거쳐 고려대학교 교수, 서창사무처장, 인문대학장, 한국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금오신화연구』, 『판소리사설연구』, 『한국 고소설의 이해』, 『한국 고전산문의 이해』, 『꿈꾸는 춘향』, 『다시 읽는 단군신화』,  『고전서사 캐릭터 열전』, 『설중환 교수와 함께 읽는 금오신화』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책머리에 p.9~10

나는 오랫동안 고전 문학을 공부해 왔다. 단군 신화로부터 시작해서, 『금오신화』, 『홍길동전』, 『구운몽』, 박지원의 한문 단편, 그리고 판소리계 소설 등 많은 작품들을 연구하고 분석하였다.
이 모든 작품들은 각각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판소리계 소설에 애정이 많이 갔다. 그것은 판소리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감정을 잘 나타내고, 또한 한국인의 특성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판소리 여섯 마당의 작품을 분석한 논문들을 쓰고, 이들을 『판소리사설연구』라는 책으로 엮은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판소리 사설의 원문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전문 연구 논저 역시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판소리는 조선 시대의 서민 종합 예술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전문 학자들은 지금이라도 이를 상아탑 속에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되돌려 줄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의 문화 수준도 향상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한국은 국민 소득뿐 아니라 문화 의식도 선진국 수준이 되는 나라이다. 조국을 문화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나의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더구나 우연한 기회에 일반 대중들도 우리 고전과 전통 문화에 대한 지식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이런 국민들의 지식욕을 제대로 채워 줄 수 있는 대중적인 교양서적이 너무나 부족함을 알고, 판소리 사설에 대한 교양서로 판소리 여섯 마당을 해설한 『꿈꾸는 춘향』을 출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론적인 면만 해설하였기에, 역시 작품 자체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없었다. 그것을 고민하다가, 이번에 이론적인 해설뿐만 아니라 작품 원문도 읽어 볼 수 있는 책을 내기로 하였다. 그래서 각 작품의 전반부에는 작품의 원작을 현대어로 수정하여 싣고, 후반부에는 작품의 해설을 덧붙이기로 하였다.
이에 여기서는 작품 속의 관직이나 제도, 의식주에 해당하는 당시의 명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대어로 수정하였다. 그리고 판소리 사설에는 여러 이본이 존재하는데, 어떤 한 이본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이본을 종합하여 필요한 부분은 덧붙이고, 필요하지 않는 부분은 줄이면서 작품 전체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기하였다. 어떻게 보면 이번 현대어 수정본은 현대에 새롭게 만들어진 하나의 새로운 판본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춘향이 드디어 이 도령을 낚다 p.47

집에 돌아온 이 도령, 공부방으로 들어와 책을 펴고 앉았는데, 얼빠진 사람처럼 도리도리 고개만 젓고 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해가 지고 어서 빨리 밤이 돼야 하는데 …….’
해 떨어지길 기다리는 이 도령의 눈에 책이 들어올 리가 있나. 춘향의 말소리는 귓가에 쟁쟁하고, 그 고운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니, 펴는 책마다 춘향을 그린 그림책이 되어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다.
“방자야, 해가 어디쯤 왔느냐 ?”
안절부절못하는 이 도령의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한 방자가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게 말입니다. 동쪽에서 이제 막 뜨고 있는뎁쇼?”
“이놈 봐라 ! 서쪽으로 지던 해가 동쪽으로 다시 갔단 말이냐 ? 바로 말하지 못해 !”
이 도령의 마음을 아는 방자가 혼자 히죽거렸다.
“그런가 ? 아차차, 해는 이미 떨어져 황혼이 되었고 , 이제 막 달이 동산에서 솟아오릅니다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만큼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 또 있겠는가. 이 도령은 저녁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이리저리 서성이며 관리들의 퇴청 시간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아 ! 시간이 왜 이리 더디 가는가.’
턱을 괴고 한숨만 내쉬던 이 도령은 그사이 책이라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펴들었다. 『중용』, 『대학』,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주역』, 『고문진보』, 『통사략』, 『두시』, 『천자문』까지 내어 놓으니 책들이 수북하다. 이 도령은 그 중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펴들고 글을 읽었다.
『시경』을 읽는데,
“구구거리며 우는 정경이 새는 강 가운데 있는 섬에 둘이만 있고, 얌전하고 아름다운 여자는 군자의 좋은 짝이니, 춘향이로구나. 에구, 이 글도 못 읽겠다 !”
이 도령은 『시경』을 접고 다른 책을 펼쳤다.
『대학』을 읽는데,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하니, 이 또한 춘향이에게 있도다. 에구, 이 글도 못 읽겠네 !”
이 도령은 서둘러 다른 책을 꺼냈다.
『주역』을 읽는데,
“원은 형 코, 정 코, 춘향이 코, 딱 댄 코, 좋코 하니라. 에구, 이 글도 못 읽겠다 !”
이 도령은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꼬집으며 정신을 찾으려 노력하더니, 『맹자』를 펴들었다.
“맹자가 양혜왕을 뵙자 왕이 묻기를 선생께서 천 리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찾아 주시니 춘향이를 보시러 오시나이까 ? 에구, 이 글도 못 읽겠다.”
가슴이 답답해진 이 도령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다시 『사략』을 펴든다.
『사략』을 읽는데,
“상고 시대에 천황씨는 쑥떡으로 임금이 되어, 인(仁)으로 해의 시작을 삼으니 힘을 쓰지 않아도 잘 다스렸다.”
옆에서 이 도령의 말을 듣고 있던 방자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련님, 좀 이상한데요. ‘천황씨가 목덕(木德)으로 왕 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쑥떡으로 왕 했다.’는 말은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데요.”
춘향이에 대한 생각으로 제대로 글을 읽지 못하던 이 도령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자식이 ! 넌 잘 모를 거야. 천황씨는 일만 팔 세를 살았던 양반이라서 이가 단단하여 나무로 만든 목떡을 잘 잡수셨는데, 요즘 선비들은 목떡을 못 먹으니, 공자님께서 후생을 생각하여 명륜당에서 꿈에 나타나시어 ‘요즘 선비들은 이가 부실하여 목떡을 못 먹으니 물씬물씬한 쑥떡으로 하라.’고 이르셨지. 그래서 전국 팔도 360주에 있는 학교인 향교에 알려 쑥떡으로 고쳤다네.”
이 도령은 없는 말도 능청스럽게 지어 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방자,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에구, 도련님, 하느님이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 거짓말이요 !”

변학도에게 맞서는 춘향이 p. 110~112

수십 일 지난 후, 남원에 새 사또가 부임했다. 신관 사또로 말하자면 자하골 변학도라는 양반인데, 학도(學徒)라는 이름처럼 글재주가 넉넉하고 인물이 훤칠하며 풍채도 활달했다. 또한 풍류를 좋아하고 바람기도 다분했다. 다만 성격이 괴팍하고 고집이 세어 가끔 실성한 듯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도 더러 있어 덕을 잃기도 하였다.
신관 사또 부임하기 전날, 이방을 비롯한 남원 고을의 사령들이 변학도를 모시러 한양으로 올라가 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은 변학도는 먼저 이방을 찾았다. 신관 사또의 부름에 남원골 이방이 앞으로 나섰다.
“남원골 이방 대령하였습니다요 .”
근엄한 표정의 신관 사또가 이방을 내려다보았다.
“그사이 너의 고을에 별일은 없었느냐 ?”
“예. 아무 일 없습니다요.”
자신이 앞으로 다스릴 고을이라 그런가 ? 신관 사또인 변 사또의 얼굴빛이 근엄하다.
“거, 듣자 하니 남원 고을 관아의 노비들 중에 미녀가 많다며?”
겉으로 번드르르한 물음에 속으로 흐물거리는 무엇이 있음을 눈치챈 이방이 당황했다.
“예? 아, 그러하옵니다.”
“그래? 거 뭐냐. 그렇지, 춘향이 ! 네 고을에 춘향이란 계집이 매우 아름다운 여자라지?”
“예? 그, 그러하옵니다.”
“그래, 잘 있느냐 ?”
“누구 말이신지?”
“춘향이 말이다.”
“예, 잘 있지요.”
사또는 이방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원이 여기서 몇 리나 되지?”
“육백삼십 리이옵니다.”
“그래? 그럼 빨리 길을 나서야겠구나. 어서 떠날 준비를 하라 !”
마음이 바쁜 변 사또, 뒤돌아선 이방의 얼굴이 똥 밟은 표정이다.
‘우리 고을에 일 났다 !’

집장가 ─ 매 맞으며 부르는 노래 p.236~238

이 도령이 떠난 다음, 이내 여자를 밝히는 변학도가 나타난다. 그는 이미 부임하기 전부터 춘향의 명성을 들은 바 있었다.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그녀를 강제로 대령시키고는 수청 들라고 한다. 이제부터 춘향의 고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춘향은 깨인 여자였다. 당시는 신분 사회였지만, 이제까지 살펴본 대로 춘향은 기생도 양반이 될 수 있다는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여자였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가 양반이었으므로 이런 사고방식이 가능했겠지만. 그녀는 ‘충효, 열녀에는 상하가 없다.’고 하며 그의 수청 요구를 거절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인간의 근본 도리인 정절을 지키는 것에는 신분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그녀의 이런 행동은 양반이 되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만약 그녀가 그의 수청 요구를 들어준다면, 그것으로 양반의 대열에 낄 방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양반인 이 도령의 부인이 되어 있었으므로, 다른 양반 부녀자들처럼 정절을 생명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녀가 변학도에게 수청을 든다면 다시는 이 도령을 만날 수 없고, 동시에 그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난다. 오직 이 도령만이 그녀의 아름다운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백마를 탄 왕자’였던 것이다.
그녀의 이런 곧은 마음은 변학도 앞에서 매를 맞으면서 부른 ‘집장가’에 잘 나타나 있다. 한국인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매를 맞으면서도 노래를 부르니 정말 감탄할 뿐이다. 이 ‘집장가’ 속에 춘향의 마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 같이 노래를 들어 보기로 한다.

첫째 낱 딱 붙이니,
“일편단심(一片丹心) 굳은 마음, 이리하면 변하리오.”
“매우 쳐라.”
“예이.”
딱.
“이부(二夫 : 두 남편)를 섬기지 않는다고, 이 조치는 당치 않소.”
셋째 낱 딱 붙이니,
“삼종지례(三從之禮)는 중하기로, 삼가 본받았소.”
넷째 낱 딱 붙이니,
“사지(四肢)를 찢더라도, 사또의 처분이오.”
다섯째 낱 딱 붙이니,
“오장(五臟)을 갈라 주면 오죽이나 좋으리까.”
여섯째 낱 딱 붙이니,
“육방(六房) 하인 물어보오, 죽이면 될 터인가.”
일곱째 낱 딱 붙이니,
“칠사(七事)에 없는 일로, 이것이 무엇이오.”
여덟째 낱 딱 붙이니,
“팔자 좋은 춘향이, 팔도 지역 수령 중에 제일 명관을 만났구나!”
아홉째 낱 딱 붙이니,
“구곡간장(九曲肝腸) 굽이 썩어 이 내 눈물 되었구나!”
열째 낱 딱 붙이니,
“십벌지목(十伐之木)이란 말 믿지 마오, 십(十)은 아니 줄 터이오.”

물론 숫자와 어울린 재담이 따르지만, 춘향의 일편단심인 마음을 잘 엿볼 수 있는 노래이다. 한결같이 정절을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꾸밈없이 나타난다. 그녀는 열 번을 찍어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