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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한국 고전문학

김종성 교수와 함께 읽는 배비장전/옹고집전

by 서연비람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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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판소리계 소설인 『배비장전』은 지은이와 창작된 시기를 알 수 없는 작품이다. 
다만 이 소설이 창작된 시기는 조선 시대 후기 영조와 정조 시대에 이미 판소리로 발표된 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시대 후기인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인 ‘배비장 타령’이 소설화된 작품인 『배비장전』은 해학적ㆍ풍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골계전』에 실려 있는 ‘발치설화’와 『동야휘집』의 ‘미궤설화’가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골계소설로 양반의 위선을 폭로하고, 조롱하며 풍자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배비장전/옹고집전』을 읽기 전에 

배비장전 

2
3

작품 해설 『배비장전』 꼼꼼히 읽기 

옹고집전

작품 해설 「옹고집전」 꼼꼼히 읽기 

참고문헌 


저자 소개

김종성 엮음

강원도 평창 출생, 태백에서 성장.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대학원 및 고려대 대학원 졸업.
2004년 「한국현대소설의 생태의식연구」로 고려대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1986년 제1회 월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 중편소설 당선.
2006년 제9회 경희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
연작소설집 『마을』(실천문학사, 2009), 『탄(炭)』(미래사, 1988) 출간. 
중단편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문이당, 2005), 『말 없는 놀이꾼들』(풀빛, 1996), 『금지된 문』(풀빛, 1993) 등 출간. 
『한국환경생태소설연구』(서정시학, 2012), 『글쓰기와 서사의 방법』(서정시학, 2016), 『한국어어휘와 표현Ⅰ:파생어ㆍ합성어ㆍ신체어ㆍ친족어ㆍ속담』(서정시학, 2014), 『한국어 어휘와 표현Ⅱ:관용어ㆍ한자성어ㆍ산업어』(서정시학, 2015), 『한국어 어휘와 표현Ⅲ:고유어』(서정시학, 2015), 『한국어 어휘와 표현Ⅳ:한자어』(서정시학, 2016), 『글쓰기의 원리와 방법』(서연비람, 2018) 등 출간. 
『인물한국사 이야기 전 8권』(문예마당, 2004년) 출간.
도서출판 한벗 편집주간, 도서출판 집문당 기획실장, 고려대출판부 소설어사전편찬실장, 경희대 국문과 겸임교수, 고려대 국문과 강사, 경기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 강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교수 역임.


책 속으로

배비장전-1 p.24~25

하루아침에 배 선달에서 버젓하게 비장이 된 그는 건들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배 비장은 우선 늙은 어머니에게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소자가 팔도강산 좋은 경치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낱낱이 보았으되 제주가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라 가 보지 못했습니다. 마침 착한 양반이 제주 목사가 되어서 비장으로 가자하니 다녀오겠습니다.”
배 비장의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주라 하는 곳이 물길로 천 리라는데 날 버리고 네가 갔다가 네가 없는 사이에 이 늙은 에미가 죽으면 너는 종신도 못 할 것이니 제발 가지 마라.”
배 비장은 힘주어 말했다.
“이미 약속을 하였으니 아니 가진 못하겠습니다.”
이 광경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배 비장의 아내가 그대로 있을 수 없어 한마디 했다.
“제주라 하는 곳이 비록 멀리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고는 하나 색향이라 하옵니다. 만일 그곳에 가 계시다가 주색에 몸이 잠겨 돌아오지 못하면 부모에게도 불효요. 첩의 신세 그 아니 원통하오리까.”

배비장전-3 p.41~43

애랑이 눈물을 이리저리 씻으면서 흐느끼는 소리로 말했다.
“주신 물건 감사하오나 천금이라도 귀하지 않습니다. 백 년토록 같이 살자던 기약은 일장춘몽이 되었으니 이 아니 원통하오리까? 나으리는 소녀를 버리고 한양으로 가옵시면 백발이 성성한 부모 위로하고 아리따운 부인과 귀여운 자식 만나 그리던 정회를 풀 적에 어찌 소녀 같은 천한 것을 다시 생각이나 하시겠습니까?”
애랑이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눈물을 이리저리 씻으면서 느끼는 소리로 말했다.
“주신 물건은 감사하오나 천금이라도 귀하지 않습니다. 백년토록 같이 살자던 기약은 일장춘몽이 되었으니 이 아니 원통하오리까? 나리는 소녀를 버리고 가옵시면 백발이 성성한 부모 위로하고 아리따운 부인이 반겨주며 그리던 회포 풀 적에 소녀 같은 천한 것을 다시 생각하시겠습니까. 슬픈 것은 이별한다는 이별 별(別) 자로다. 이한공수강수장하니 떠날 리(離) 자가 슬프구나. 갱파라삼문후기하니. 이별이라는 별(別)자가 또다시 슬프도다. 낙양천리낭군거하니, 보낼 송(送) 자 애련(哀戀)하다. 임 보내고 그리운 정 생각 사(思) 자 답답하며 천산만수 아득한데 바랄 망(望) 자 처량하다. 공방적적 추야장하니 수심 수(愁) 자 첩첩하고, 첩첩수다몽불성하니 탄식 탄(歎) 자 한심하도다. 한심장탄하며, 슬픈 간장 눈물 누(淚) 자 가련하다. 군불견상사고라, 병들 병(病) 자 슬픕니다. 병이 들면 못살려니 혼백 혼(魂) 자 혼이라도 따라갈까. 애고 애고 이제 이별하면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꼬. 애달프고 복통할 일이로다.”
애랑이 글자풀이를 겸하여 노랫가락 투로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정 비장은 마음이 혹하여 마디마디 사무치고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정 비장은 글자 풀이로서 대답하였다.
“네 말을 내 들으니 뜻 정(情) 자가 간절하다. 내 몸에 지닌 노리개를 네 마음대로 다 달래라.”

배비장전-3 p.80~81

방자는 툭 한마디 하였다.
“저 눈 일낼 눈이로구.”
배 비장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나, 안 본다. 염려 마라.”
한참 이리 할 때 방자가 뜻밖에 칵 하고 기침을 하였다. 그 여인이 놀라는 체하고 몸을 웅크리며 소스라쳐 후다닥 물 밖으로 뛰어나와 속곳을 안고 백포장을 향해 푸른 숲으로 얼른 뛰어 들어갔다. 마치 그 모습이 환하게 비추던 밝은 달이 구름 속에 들어 가는 것 같았다. 배 비장은 그것만 바라보다가 눈이 컴컴해지고 얼떨떨해져 정신을 잃고 앉았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배 비장은 스스로 탄식하며 꾸짖었다.
“이놈 네 기침 한번 낭패로다.”
그러고 또 배 비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얘 방자야.”
“네.”
“너는 저 백포장 밖에 가서 문안 한 번 드리고 그 여인께 전갈을 하여라.”
방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배 비장을 바라보았다.
“이 산에 온 과객이 꽃을 따라 산에 올라왔다가 어찌나 노곤하고 배고프고 목이 마른지 모르겠으니 혹시 음식이 있거든 배고프고 목마름을 면하게 하여 주기 천만 바라옵나이다 하고 여쭈어라.”
배 비장의 말을 들은 방자가 대답했다.
“나는 죽으면 죽었지 그 전갈은 못 가겠소. 모르는 터에 그런 전갈을 하고 남의 여자에게 음식 달라다가는 난장 박살을 당하기에 첩경이 아니겠습니까.”

옹고집전p.142~144

“어허, 옛 시에 곡강에 배를 띄워 봄 술에 모두 취하였도다. 어려워들 말고 너도 마시고 나도 마시자.”
사또가 취흥이 도도하여 풍월을 지어 읊었다.

물결이 맑아 푸른 하늘이 비쳐,
물속에 푸른 하늘이 박힌 듯하도다.
고기들은 흰 구름 사이에 노닐더라.

“그대 어쩐 사람이기로 예의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느냐?”
진짜 옹고집이 버럭 성을 내며 호령했다.
깊은 산에 파묻혀 사는 선비를 찾기는 쉬울망정, 밝은 대낮에 이 방 안에서 이 댁 옹 좌수를 찾는 일은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다. 입을 다물고 말없이 서 있던 하인 하나가 안채로 들어가서 진짜 옹고집 아내에게 아뢰었다.
“네가 내 집에 재물이 넉넉하다 말을 듣고 재물을 탈취하고자 집안으로 당돌히 들었으니 내 어찌 그냥 두랴. 깡쇠야, 어서 이놈을 잡아내라.”
하인들이 얼이 빠져 이도 보고 저도 보고, 이리 보고 저리 보나 가짜 옹고집과 진짜 옹고집이 똑같았다. 두 옹고집은 아옹다옹 다투었다. 그 옹고집이 그 옹고집이었다. 
“일이 났소, 일이 났소. 우리 댁 좌수님이 둘이 되었으니 이런 일은 난생처음 보는 일입니다. 집안에 이런 변이 세상에 어디 또 있겠습니까?”
진짜 옹고집 아내가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말했다.
“애고 애고, 이게 웬 말이냐? 좌수님이 중만 보면 당장에 묶어 놓고 악한 형벌 마구 하여 불도를 업신여기며, 팔십 먹은 늙은 모친 박대했는데 어찌 죄가 없겠느냐? 땅 신령님이 발동하고 부처님이 도술을 부려 하늘이 벌을 내리신 모양이구나. 하늘이 내리신 벌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하랴?”
진짜 옹고집 아내는 춘단 어미를 불러들여 분부했다.
“당장 가서 네가 진짜와 가짜를 가려 보아라.”
춘단 어미가 허둥지둥 사랑채로 나가, 문틈을 열고 기웃기웃 엿보았다. 두 옹고집이, '네가 옹가냐? 내가 옹가다!' 하고 서로 고집을 부리며 호령하고 있었다. 말투와 몸놀림이 똑같았고, 얼굴의 생김새도 두 옹고집이 흡사했다. 
춘단 어미가 기가 막혀 말했다,
“뉘라서 까마귀 암수를 알아보리오? 하더니, 뉘라서 어찌 두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을 가리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