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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계문학 명저

뒤바뀐 교환학생 - 그해 여름 한 가족을 뒤집어놓은 ‘재스퍼 사건’

by 서연비람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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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사는 미터마여 가족은 여름방학 동안 런던의 말쑥한 모범생 톰을 교환학생으로 맞이하기로 한다. 그런데 정작 가족 앞에 나타난 건 외모도 성격도 톰과는 거리가 먼 재스퍼다. 갑작스런 사고로 다친 톰 대신 천하에 말썽꾸러기인 그의 배다른 형이 온 것.
그는 도착한 첫날부터 친구로 지낼 에발트 방을 혼자 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가 하면, 자기가 가져온 한 무더기 돌멩이에 다른 사람이 손만 대도 으르렁거리는 짐승 소리를 낸다. 심지어 며칠이 지나도록 목욕을 안 해 몸에선 냄새가 나고, 방을 어지럽히는 데는 선수지만 도통 치울 생각은 없다. 이로 인해 에발트 부모와 재스퍼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는데, 에발트의 누나 빌레 덕분에 그들 가족은 재스퍼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는 것과, 그 상처로 인해 엉뚱하고 무례해 보이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빌레와 에발트는 재스퍼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에발트 부모 역시 재스퍼의 진짜 가족이 되어주기로 마음먹고는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재스퍼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진짜 엄마보다 더 사랑해준 메리 아줌마가 여름에 로마로 온다는 것을 알고, 혹여 그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일부러 교환학생을 자처해 비엔나까지 온 것인데….


목차

사건의 전주곡
가족, 내 인생 최대의 아이러니
교환학생 톰, 재스퍼로 ‘교환’되다

재스퍼 사건 전반부
듣도 보도 못한 신인류의 출현
재스퍼 길들이기의 최후
어른들 가라, 우리끼리 논다!
알고 보면 참 쉬운 ‘친구 되기’

재스퍼 사건 후반부
그에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태풍 속을 통과하는 법
아주 특별한 약혼식
남은 인생이 이 여름만 같다면

부록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크리스티네 뇌슬링어 지음

193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좀 까다로웠던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일찍이 불의에 분개하고 항거하는 감수성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퍽 다채롭지만, 모두 소신이 뚜렷하고 책임감이 각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유쾌한 이야기에 담아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게 특징인 뇌슬링어는, 재치와 웃음으로 뜻깊은 얘기를 들려준 공로가 인정돼 〈국제안데르센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 〈독일 청소년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등을 받았다.

김재희 옮김

중학교 새내기 때 장래희망에 마술사라고 적어냈다가 회초리로 손바닥을 여러 대나 맞은 기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러 나라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친구를 만난 것이 꿈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어 능력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아들을 포함한 젊은 친구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외국어는 부지런히 익히라고 권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번역서로는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파도』, 『뒤바뀐 교환학생』, 『복제인간 시리』, 『변신』, 『유기체와의 교감』, 『동물 농장 외』, 『1984』 등 다수 있다.


책 속으로

가족, 내 인생 최대의 아이러니 p.15

나는 점심을 먹으러 부엌 식탁에 가 앉았다. 아빠랑 누나 없이 집에 달랑 엄마와 나 둘이 있을 때면, 이렇게 그냥 부엌의 간이식탁에서 밥을 먹곤 한다. 식탁에는 스파게티 국수와 소스가 놓여 있었다. 국수를 소스에 비벼 허겁지겁 입에 넣는데, 아니 이게 뭔 자다 봉창 두드리는 엉뚱한 소리란 말인가.
“너를 영국으로 보내라더라!”
막 입에 집어넣은 스파게티 때문에 나는 한참 동안 말을 못했다. 간신히 국숫발을 삼키고 나서 엄마에게 물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그런 소릴 했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다만 나는 자기 생각을 교묘히 감추기 위해 남을 끌어들여 얘기하는 엄마의 방식에 불쑥 짜증이 났을 뿐이다. 게다가 정작 내게 얘기해야 할 중요한 사실 -‘사심 없는 선물’을 들고 학교에 찾아간 것 - 은 일언반구도 없이, 아무 상관없는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다가 난데없이 영국 얘기를 꺼내는 엄마에게 정말로 기가 막혔다.
“영어 선생님 말고 누가 또 그런 소릴 하시겠니?”
엄마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적극 권하신대. 특히 너는 발음 때문에 C 이상은 받기가 힘들다더구나. 그런데도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아직 한 번도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처음에 엄마가 ‘영국’ 운운했을 때는 그래도 나와 상의를 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새 엄마의 말투는 나를 책망하며 야단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목소리도 점점 냉랭해졌다. 나는 이 쓰라린 인생의 아이러니에 식욕이 떨어져 스파게티 접시를 옆으로 밀쳐버렸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 학교에 들고 갔던 핸드백을 가지고 오더니 시퍼런 빛깔의 광고지 한 장을 꺼내 중얼중얼 읽기 시작했다.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영국 옥스퍼드에서 하는 어학연수…”
그 시퍼런 종이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는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언제부턴가 내 가방 안에도 같은 종이가 처참하게 구겨진 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건 학교에서 벌써 몇 주 전에 우리들에게 나눠준 거였다.
“아직 자리가 좀 남았다더라. 이따가 아빠 오시면 얘기해보자꾸나.”

교환학생 톰, 재스퍼로 '교환'되다 p.48~49

설명이 좀 길었는데, 아무튼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최근의 이런 상황 때문에 내가 정말로 외톨이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내 문제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누나가 저렇게 자기 세계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내 가슴 가득 차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덜어낼 길이 없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 고귀하신 영국인 톰과 여름방학을 함께 지낼 일은 끔찍하게만 느껴졌고,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엄마한테도 무지하게 화가 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이번 여름방학을 위해 세워둔 나만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에 처했다는 것에 속이 상했다. 이제껏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나만의 계획!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 감히 부모님께 말을 꺼내본 적 없는 그 일을 이번에는 꼭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그 정도 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마침내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품어온 열망을 부모님에게 털어놓았다. 서너 주일 동안 나 혼자 살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세상과 완전히 연락을 끊고 정말 오롯이 나 혼자서만 지내보는 게 나의 오랜 꿈이라고 말이다.
우리 할머니는 시골에 작은 텃밭이 달린 오두막을 한 채 갖고계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그곳을 왔다 갔다 하시며 텃밭을 일구셨다. 하지만 최근에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 더 이상은 혼자서 그곳에 갈 수가 없으시다. 더군다나 거기서 할 일이라곤 텃밭에서 흙 만지는 것밖에 없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그 일이 재미가 없다고 하신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을 보면 공연히 할아버지 생각만 더 간절해져 쓸쓸해지신다나? 그래서 생각한 것이, 딱 한 달만이라도 내가 할머니 농장에 가서 혼자 살아보자는 거였다!
나는 자못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난 겨울방학부터 지금껏 내내 이 꿈을 먹으며 살았노라고, 여름방학만 되면 읽을 책 몇 권과 약간의 식량만 달랑 배낭에 챙겨 아무도 없는 그곳으로 떠날 예정이었다고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그런데 재수가 없으려고 그랬는지 내 이야기는 자꾸 엉뚱한 쪽으로 빗나갔고, 결국 아빠는 영국에서 오는 교환학생을 피하려고 내가 황당한 계획을 급조해낸 거라고 믿게 되었다.

교환학생 톰, 재스퍼로 '교환'되다 p.79~80

그때 누군가 가방 행렬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세 개를 연속으로 챙기는 게 보였다. 엄청 덩치가 좋아서 학생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녀석이었다. 주근깨가 한가득 박혀 있는 얼굴에 빨간 금발이 인상적인 그 녀석은, 가장 부피가 큰 군인용배낭을 등에 짊어진 다음 빨간 보따리와 초록색 가방을 양손에 하나씩 들었다. 그러고는 저벅저벅 걷는가 싶더니 어느새 벌써 세관을 통과하고 있었다. 페터 형은 사색이 된 얼굴로 나와 우리 부모님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난데없이 영어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For heaven’s sake! It’s Jasper the devil!”
아마 지난여름에 겪은 어떤 사건과 방금 전의 정신적인 충격이 뒤섞이면서, 형은 자기도 모르게 모국어 대신 그 당시 많이 썼던 영어 표현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듯했다. 뭐 그리 어렵거나 대단한 표현은 아니지만, 굳이 번역을 하자면 이렇다. “하느님 맙소사! 저건 마귀 새끼 재스퍼라고!”
형이 ‘마귀 새끼 재스퍼’라고 말한 애는 낡고 우스꽝스러운 가방 세 개를 척척 몸에 걸치고 재빨리 세관을 향해 걸어온, 바로 그 빨간 머리 뚱보 녀석이었다.
“재스퍼가 누구니?”
엄마가 물었다.
“톰의 형이에요.”
페터 형이 대답했다.
“교환학생 톰이 그럼 저 애로 다시 교환된 거니?”
아빠가 물었다.
“그럼, 우리 톰은 대체 어디 있는 거니?”

듣도 보도 못한 신인류의 출현 p.102~103

전날 밤 늦게 자리에 든 빌레 누나와 나는 아침 늦게까지 늘어지게 단잠을 잤다. 죽이 잘 맞는 사람과 한방에서 자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빌레 누나와 나는 인생에 대해, 또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물론 재스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누나 생각은 나와는 좀 달랐다.
누나는 재스퍼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또한 누나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페터 형 때문에 그 애한테 편견부터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편견이 머리에 박혀버린 탓에 겨우 반나절을 함께 보내놓고는 그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가 만약 그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재스퍼의 좋은 면을 보도록 노력하고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누나의 잘난 척에 나도 모르게 비위가 좀 상했던 걸까? 나는 지지 않고 누나에게 내 의견을 말했다. 내가 볼 땐 누나 역시 재스퍼에 대해 이상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그 애가 자꾸 우리 부모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니까, 그게 아마도 누나의 모성애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실제로 누나는 엄마랑 아빠가 재스퍼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걸 오히려 재미있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문화도, 몸에 밴 습관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처음부터 잘 통할 수 있겠는가. 생전 처음 만난 아이한테 자기 자식들에게나 늘어놓는 설교를 쏟아붓는다면, 요즘 청소년 중에 그런 걸 순순히 받아들일 아이도 없거니와, 특히 재스퍼는 유독 어른들의 말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언어라도 잘 통하면 또 모를까, 재스퍼는 독일어를 못한다고 본인이 딱 잡아떼는 형편이고, 우리 아빠의 영어는 그야말로 독글리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둘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 되길 기대하거나, 혹은 그게 잘 안 된다고 놀림거리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재스퍼 길들이기의 최후 p.124~125

“오늘은 우리 가족의 소풍날이다!”
아빠는 식탁에서 뭔가를 우적우적 집어먹으며 연방 같은 소리를 되풀이하고 다녔다.
“오늘은 재스퍼와 함께 빈의 아름다운 환경도 둘러보고, 녹색이 울창한 자연 속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는 거다!”
“아빠, 오늘은 무지 덥다는데, 어디 물가로 가는 게 낫지 않아요?”
빌레 누나가 아빠의 ‘빈틈없는’ 작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니? 우리 재스퍼한테 먼저 빈의 아름다운 녹지대를 보여줘야지! 물놀이할 데야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빈의 녹지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잖니. 우리처럼 이렇게 큰 도시 주변에 울창한 숲이 있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또 있는 줄 아니? 오스트리아의 환경 보호 수준은 알아줘야 해. 그럼, 그렇고말고.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그뤼인벨트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green belt’라는 영어 발음을 유난히 굴리는 아빠에게 나는 딴죽을 걸었다.
“그거야 우리들 생각이죠. 우리가 아무리 자연을 아름답게 보존한들, 또 빈의 자연환경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재스퍼가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아빠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엄마에게 가서 미리 점찍어둔 ‘끝내주는’ 장소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느 길을 타고 가다 어디서 어떻게 돌아야 하는지 종이에다 그려가며 상세히 설명하는 아빠에게, 그러나 엄마는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어휴, 솔직히 말해서 저 녀석을 차에 태우고 갈 생각을 하면… 내가 정말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와. 어떻게 땅콩을 통째로… 아, 그리고 모처럼 근사한 식당에 들어가서 앉았는데, 쟤가 또 케첩을 퍼붓고 난리를 치면 어떻게 해? 난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네. 한 번만 더 그러면 어휴, 이제는 진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 오늘부터는 괜찮을 거야!”
아빠가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로 엄마의 말을 받았다.
“어떻게 알아요, 그걸?”
엄마가 발끈하며 아빠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오늘부터는 내 손으로 처리할 테니까 당신은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라고! 저 아이도 이제 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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