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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계문학 명저

변신 외

by 서연비람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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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느덧 ‘카프카적(kafkaesque)’이라는 표현은, 효용과 능률을 높인다는 목표로 개인을 사회 전체의 부품으로 다루는 전체주의를 먼저 떠오르게 한다. 이어서, 그에 따른 관료주의 탓에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한 군중의 일원임에도, 다가오는 위험 앞에 속수무책이며 고립무원인 상태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 특히 21세기에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다시 말해 지난 세기 어른들보다는 훨씬 총명해진 친구들에게 카프카와 그의 대표작 〈변신〉을 좀 더 효과적으로 소개하고자 네 편의 작품을 엄선해 추가로 보충했다. …… 여가수 요제피네를 통해 특히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편안히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카프카는 절절히 호소한다. 그래야 카프카적인 시간이 닥쳐와도 너끈하게 그걸 감당하고 이겨낼 배짱이 두둑해질수 있다고,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차

판결
시골의 혼인 준비
변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 종족
카프카로의 초대 :〈변신〉을 더 생생하게 읽는 법


저자 소개

프란츠 카프카 지음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자랐다. 독일계 고등학교를 거쳐 프라하대학에서 문학과 법률을 공부했다. 노동자 상해 보험사에 근무하는 동안 관료 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며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안전모'를 고안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게 된 그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감당하는 실존적 위기 체험을 글 로 풀어내는 작업을 통해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 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했다. 마흔을 갓 넘기고 세상을 떠났으나 사후에 출간된 문제적 장편으로 『아메리카』, 『소송』, 『성』 외에, 본서에 실린 대표작 「변신」을 비록해 수많은 작품들의 가치는 사르트르와 까뮈 등 실존주의자들에 의해 주목을 받으 며, 마르케스와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와 하루키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들의 갈채를 받았다

김재희 옮김

중학교 새내기 때 장래희망에 마술사라고 적어냈다가 회초리로 손바닥을 여러 대나 맞은 기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러 나라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친구를 만난 것이 꿈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어 능력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아들을 포함한 젊은 친구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외국어는 부지런히 익히라고 권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번역서로는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파도』, 『뒤바뀐 교환학생』, 『복제인간 시리』, 『변신』, 『유기체와의 교감』, 『동물 농장 외』, 『1984』 등 다수 있다.


책 속으로

판결

“괜찮아요. 잘 덮으셨어요.”
“아니야!”
당신 질문에 마땅한 답이 아니었던지 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펄럭일 만큼 세게 이불을 걷어찼다. 그런 다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천장에 닿을 정도로 한 손을 치켜들었다.
“나를 덮어 주려 했겠지만, 너란 놈은 이불로 내 몸 하나 제대로 덮어 줄 수도 없는 놈이란 걸 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라도 내가 네놈 하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당연히 난 네 친구를 알지. 그 애가 내 마음의 아들인 걸. 그래서 네놈이 몇 해를 두고 그 앨 속였던 게지. 그렇지 않으면 왜 그랬던 거냐?”

시골의 혼인 준비

그 노신사는 나무 문짝에 몸을 기댄 라반 근처에 그대로 서 있다가, 자꾸만 흘끔거리며 라반을 쳐다보느라고 한 번은 아예 목을 꺾기도 했다.
(…) “좋은 책이라면 저는 맛난 저녁 식사 다음으로 좋아해요. 그건 늘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전단에서 ‘좋은 책 한 권은 최고의 친구’라는 어떤 작가든가 누군가의 인용문을 봤어요. 그거 정말 맞는 말이거든요. 좋은 책 한 권은 진짜 제일 좋은 친구잖아요.”
(…) “이번 여행에 뭐 특별한 사연이 있으신가 보군.”
“그게 아니고요.”
라반은 다시 현관 입구에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

변신

어느 날 아침 어수선한 꿈들로 뒤척이다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사는, 침대에 누워 있던 자기 몸이 이상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침대에 닿은 등짝이 철갑처럼 딱딱했다. 머리를 좀 들어 올리자 당겨진 활 모양의 갈색 배때기에는 큰 주름 몇 개가 접혀 있고, 그걸 덮고 있는 이불은 당장이라도 미끄러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게다가 저기 눈앞의 덩치에 비해서 너무 가늘어 참 볼썽사나운 다리들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는 잠시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 “일단 눈을 좀 더 붙이고 잠을 더 자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잊어버리는 게 좋겠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존경하는 학술원 회원 여러분!
영광되게도 회원님들께서 나의 원숭이 시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셨다지요.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난 이에 응할 수는 없겠습니다. 달력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 기간일 수 있지만, 오 년에 가까운 세월은 원숭이로 살았던 시절에서 오늘의 나를 완전히 떼어 놓았거든요. (…)
두 발의 총상을 입고 내가 깨어난 곳은 철창 우리였습니다. (…) ‘자유’라는 표현은 일부러 안 씁니다. 온 사방으로 열려 있는 자유라는 위대한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나는 그런 자유를 갈구하는 게 아닙니다.
(…) 난 공부했어요. 내게 필요해서, 반드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싶으면 공부밖에 다른 길이 없는 거예요. (…) 사실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나를 철창에서 나오게 하고, 그래서 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출구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내게는 아무래도 의미가 각별합니다.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 종족

우리 여가수의 이름은 요제피네다. 그녀의 음악을 접해 본 적이 없다면 노래의 힘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단번에 반하고 만다. 게다가 우리가 워낙 음악과는 거리가 먼 종족이다 보니,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더 대단하다.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평화가 우리에게는 최고의 음악이니까 말이다.
(…) 오직 요제피네만이 우리와 다르다. 그녀는 음악을 사랑하며 그걸 전달하는 법까지 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죽고 나면 음악은 우리들의 삶에서 아주 사라질 것이다. (…) 실제로 우리는 눈곱만큼도 음악적인 재능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요제피네의 노래를 이해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 노래를 들은 적이 없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노래가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 알 수 있는 느낌은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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