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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계문학 명저

페스트

by 서연비람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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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47년 출간되자마자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그 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카뮈의 첫 장편소설 『페스트』

아직 그 재앙이 도시를 완전히 점령하고자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마수를 뻗는 동안, 랑베르와 같은 마지막 남은 개인들이 자신의 행복을 되찾고 그 어떤 공격 속에서도 지키고자 했던 자기 몫을 페스트로부터 빼앗아 내고자, 단조롭고도 절박한 노력을 꾸준히도 기울였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굴종을 거부하는 나름대로의 방식이었으며, 그러한 거부가 굴종보다 어려운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서술자는 생각한다. 그것이, 덧없으며 스스로 모순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던 자부심의 일면을 증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랑베르는 페스트가 자신을 완전히 덮치지 못하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으므로 다른 방법을 쓰겠노라고 그는 리외에게 말했다. 랑베르 기자는 카페의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페스트』는 폐쇄된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고 극한의 고통과 절망 속에 놓였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독자에게 묻는다. 또한 우리 삶에서 페스트로 상징되는 악과 억압은 무엇이며,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폐허에서 쓰인 소설 『페스트』는 삶의 부조리한 문제에 대한 카뮈의 대답이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저자 소개

알베르 카뮈 지음

1913년 11월 7일 알제 몽도비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포도농장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징집되어 사망한 뒤,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재능을 인정받으며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알제 대학에 다니며 철학을 공부한다. 이 시기 장 그르니에를 만나 그를 사상적 스승으로 받아들인다. 교수가 되려고 했으나 일생을 괴롭힌 폐결핵 때문에 교수의 길을 포기하고 기자로서 활동한다.
1942년 『이방인』을 발표하여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시지프 신화』, 『칼리굴라』 등을 발표한다. 1947년 『페스트』를 출간하고 즉각적인 선풍이 일었다. 마흔네 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만 3년 후 1960년 1월 4일 미셸 갈리마르와 함께 파리로 가다가 교통 사고로 사망했다.

이두성 옮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파리 고등사회과학 연구원(EHESS)에서 문학사회학 D.E.A를 취득했다. 이후 파리 1대학 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텍스트 실험집단 〈루〉 동인이며 〈이마고〉에서 다수의 인문서를 기획하고 번역했다.
〈서울 아트 시네마〉 프랑스 영화 번역가로도 활동하며 에릭 로메르, 클레르 드 니, 장 뤽 고다르 등의 작품을 번역했으며,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서연비람)에 이어 『페스트』를 번역하게 되었다.


책 속으로

제1부 p.14~15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자신의 진료실을 나서다가 층계참 한복판에서 죽은 쥐 한 마리에 발부리를 부딪쳤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짐승을 발로 밀어 두고 계단을 내려왔다. 하지만 거리로 나와 생각해 보니 죽은 그 쥐가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 발길을 돌려 수위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알렸다. 미셸 영감의 반응을 보고 자신이 본 것이 실제로 생뚱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 놓인 죽은 쥐가 자신에게는 단지 이상한 일에 불과했으나 수위에게는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수위의 입장은 단호해서 이 건물에는 쥐가 절대로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층 층계참에 쥐가 있었고 죽은 것 같다고 분명히 말해 줘도 영감은 확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건물에 쥐란 있을 수 없으니 필경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이다. 요컨대 누가 장난을 친 것이라고.
그날 저녁, 베르나르 리외가 건물 복도에 서서 집에 들어가기 위해 열쇠를 찾고 있을 때, 그는 털이 젖은 큰 쥐 한 마리가 어스름한 복도 끝에서 나타나 비틀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쥐는 멈춰 서서 균형을 잡으려는 듯하더니, 갑자기 의사 쪽으로 달려오다가 또 멈추어서는 짧은 비명을 지르면서 혼자 맴돌았다. 그러더니 결국엔 축 늘어진 입 사이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것이었다. 의사는 한동안 쥐를 바라보다가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생각을 사로잡은 것은 쥐가 아니었다. 쥐가 토해 낸 피가 마음에 걸렸다. 일 년째 병석에 누워 있는 그의 아내는 산속에 있는 요양원으로 내일 떠날 예정이었다. 그가 권했던 대로 그녀는 침실에 누워 있었다. 여행의 피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분이 아주 좋아요.”
의사는 머리맡 램프의 불빛 속에서 그를 향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외에게는, 서른 살의, 게다가 병색을 띤 얼굴이긴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항상 젊을 때의 그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녀의 바로 그 미소가 나머지 모든 것을 상쇄하기 때문이리라.
“가능하면 잠을 자도록 해요. 간호사가 열한 시에 올 테니 정오 기차를 탈 수 있도록 내가 데려다주리다.”
그가 말했다.
그는 살짝 땀이 밴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방을 나설 때까지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재2부 p.85~86

이 순간부터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 기이한 사건들이 안겨다 준 놀라움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각자는 자기 자리에서 그럭저럭 일상을 지속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상태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문들이 폐쇄되고 나자 그들은 모두, 서술자를 포함하여,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어떻게든 적응해 나가야 했다. 그래서 예컨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조차, 첫 몇 주간부터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것이 되었으며, 공포와 함께 이 기나긴 유배의 시간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고통거리가 되었다.
문들을 폐쇄함으로써 초래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에게 다가온 급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어머니와 자식들, 부부들, 연인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잠시 동안 떨어져 있는 것이라 믿었던 이들, 기차역에서 몇 마디 당부를 주고받으며 포옹하고 며칠이나 몇 주 후면 다시 볼 수 있으리라 확신했던 이들, 그렇게 인간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에 빠진, 짧은 이별로 인해 일상 속에서 마음을 짓누르던 걱정조차 잠시 잊었던 이들이 느닷없이 서로 떨어져, 하소연할 곳도 없이, 다시 볼 수도, 소식을 전할 수도 없이 생이별을 겪고 말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시의 폐쇄는 도청의 결정이 공표되기 몇 시간 전에 이루어졌고 당연히 개인적인 사정은 참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스트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말미암은 첫 폐해는 시민들이 마치 사사로운 감정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다는 것이다. 당국의 결정 사항이 실시된 후 첫 몇 시간 동안 도청은 전화를 하거나 직원들을 붙잡고 사정을 호소하는 민원인들로 들끓었다. 그들의 상황은 하나같이 절실했으나, 당장 조사해서 손을 쓸 수는 없는 것들이었다. 사실인 즉, 우리 모두가 ‘타협이니 ‘부탁, 혹은 ‘예외라는 말들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며칠이 걸렸다.

제2부 p.119~120

“그렇습니다. 반성해야 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일에만 하느님을 찾아뵙고 나머지 시간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믿어 왔던 것입니다. 무릎 몇 번 꿇는 것으로 죄에 물든 무감각이 충분히 보상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신은 미적지근한 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드문드문 찾는 관계로는 하느님의 뜨겁게 넘쳐흐르는 사랑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여러분을 더 오래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것이 하느님이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며 사실은 그것만이 사랑하는 유일한 방식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을 기다리가 지친 하느님이, 유사 이래 죄로 물든 모든 도시에 그랬던 것처럼, 재앙으로 하여금 여러분을 찾아가도록 한 것입니다. 카인과 그의 자식들과도 같이, 노아의 홍수가 닥치기 이전의 사람들처럼, 소돔과 고모라처럼, 파라오와 욥 그리고 저주받은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죄를 알게 되었듯이, 여러분은 이제야 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가 여러분과 재앙을 벽으로 둘러싸 막아 버린 그날부터, 이 모든 자들이 그랬듯이, 여러분도 존재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여러분은, 결국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중앙홀로 밀려들어와 큰 촛대의 불꽃이 지글거리며 이리저리 휘어졌다. 짙은 촛농 냄새, 기침 소리, 그리고 재채기 소리가 파늘루 신부에게까지 들려왔다. 신부는 높이 평가받은 그 능란한 말솜씨를 발휘하며 다시 주제로 돌아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 중 대다수가 제가 결국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하실 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진리로 이끌고자 하며, 기뻐하는 법을 알려 드릴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충고나 동지애적인 손길이 여러분을 선으로 이끌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오늘날 진리는 하나의 명령입니다. 구원으로 가는 길을 여러분에게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바로 붉은 창이며 그것이 여러분을 그곳으로 인도합니다. 형제 여러분, 세상 만물에 선과 악, 분노와 동정, 페스트와 구원을 불어 넣은 하느님의 자비는 바로 여기 이곳에 있습니다. 여러분을 사망에 빠지게 하는 페스트가 바로 여러분을 일으켜 세우고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4부 p.288~289

시간이 지나면서 식량 보급의 어려움이 커지자 다른 걱정거리들이 생겨났다. 투기까지 겹쳐서 일반 시장에서 부족을 겪고 있는 기본적인 생필품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부유층에게는 별 부족한 것이 없었으나 가난한 가정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였다. 사망자를 낼 때 발휘했던 효과적인 공정성으로 페스트가 시민들을 평등함을 강화시켜 줄 수도 있었겠으나, 실은 그와는 반대로,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자극하여 사람들에게 불의의 감정만을 격화시켰다. 물론 죽음이라는 완전무결한 평등이 남아 있었으나 아무도 그런 평등을 원하지 않았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은 더 큰 향수에 젖어,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값싼 빵을 살 수 있는 이웃 도시와 가까운 시골 마을을 떠올렸다. 논리적이지는 않은 이야기이지만, 자신들에게 식량을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떠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마침내 하나의 구호가 유행하여 그것을 벽에 써 붙이거나 도지사가 지나갈 때 외치기도 했다. ‘빵 아니면 공기를 달라.’ 이 풍자적인 구호를 계기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으나 이내 진압되곤 했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 심각성에는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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