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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계문학 명저

1984

by 서연비람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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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의 일터인 진리처(오세아니아 공용어의 새 말법에 따르면 ‘참처’)는 시야에 들어오는 어떤 건물과도 확연히 구분되었다. 허옇게 번쩍거리는 그 콘크리트 구조물은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외관에 테라스가 계속 이어지는 건축 양식으로, 3백 미터 높이의 엄청난 위용을 뽐냈다. 하얀 건물 정면에 우아한 서체로 새겨진 글은 윈스턴이 있는 곳에서도 눈에 들어올 만큼 도드라진다. 그건 당에서 내건 다음 세 개의 슬로건이다. 전쟁이 평화! 자유는 노예! 모르는 게 힘!


목차

제1부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제 5장
제 6장
제 7장
제 8장

제2부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제 5장
제 6장
제 7장
제 8장
제 9장
제10장

제3부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제 5장
제 6장

부록
새 말법의 원리
《1984》로 사유하며, K-문화의 새 지평 열기


저자 소개

조지 오웰 지음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학창 시절 체감한 부당한 현실과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미얀마에서 목격한 비참함에 대한 분노와 자유와 평등, 인류애의 이상을 찾아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전쟁의 참상과 정치적 모순을 깨닫고 이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고발하는 기자로 활약했다. 왜곡된 현실에 대한 저항 의식을 풍자와 비판, 문학적 감성으로 녹여낸 여러 작품 중에서 전체주의 작동 양식을 요약한 『동물 농장』은 세계적 고전으로 청소년기의 필독서가 되었다. 기술만능주의가 결합된 섬뜩한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은 『1984』는 조지 오웰을 불멸의 작가 대열에 올려 놓았다.

김재희 옮김

중학교 새내기 때 장래희망에 마술사라고 적어냈다가 회초리로 손바닥을 여러 대나 맞은 기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러 나라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친구를 만난 것이 꿈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어 능력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아들을 포함한 젊은 친구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외국어는 부지런히 익히라고 권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번역서로는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파도』, 『뒤바뀐 교환학생』, 『복제인간 시리』, 『변신』, 『유기체와의 교감』, 『동물 농장 외』, 『1984』 등 다수 있다.


책 속으로

제 1장 p.9

쾌청하지만 아직 쌀쌀한 4월 어느 날, 괘종시계가 열세 시를 알렸다.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을 피해 윈스턴 스미스는 턱을 가슴에 묻고 승리맨션 현관 유리문을 밀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 사이로 모래 먼지가 먼저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복도에는 누더기 바닥재의 눅눅한 곰팡내와 양배추스튜 끓는 냄새가 훅 끼쳤다. 복도 저 끝에 섬뜩한 포스터가 하나 붙어 있는데, 실내에 붙이기에는 크기가 좀 과해 볼썽사나웠다. 그 폭만 일 미터가 넘는 포스터는 멀끔한 용모에 마흔다섯쯤 되어 보이는 검은 콧수염의 남자 얼굴이 가득 차 있다. 윈스턴은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기 형편이 좋은 시간대에도 운영하는 일이 드문데, 요즘 들어 낮에는 아예 전기를 끊어버린다. 혐오 주간을 대비하는 절약 운동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의 집은 7층이다. 윈스턴은 서른아홉인데 오른쪽 발목 위로 정맥류를 앓고 있어 걸음이 더디다. 몇 차례나 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발을 떼곤 하는데, 층계참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 복도 끝에서 포스터의 얼굴이 그를 응시했다. 포스터 도안의 기묘한 기법 탓에 그 눈은 바라보는 이의 행동을 훑어보는 효과가 난다. 게다가 포스터 아래쪽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본다.”

제 1장 p.24~25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엠마누엘을 향한 만인의 혐오와 경멸은 매일 같이 수천 번에 걸쳐 텔레스크린과 신문, 온갖 책들에서 그리고 연설가들도 앞다투며 거듭 다뤄지고 있었다. 그의 이론은 그토록 반박되고 부정당하며 조롱당했다. 그런데도 그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마 그의 꼬임과 농간에 넘어가는 얼간이가 아직도 끊임없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서 활동하는 간첩과 공작원의 음모가 생각감단에 의해 발각되지 않는 날이 없다니 말이다. 그는 국가의 전복을 꾀하는 거대한 지하조직, 비밀 군대의 두목이었다.
그 못된 조직 이름은 대략 ‘형제단’이다. 그리고 온갖 이단의 개설서쯤 되는 섬뜩한 책에 대한 소문도 파다한데, 저자가 실은 엠마누엘이고 그 책은 비밀리에 유포되어 도처에서 읽힌다고 했다. 제목도 따로 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불러야 할 때는 그냥 ‘그 책’이라 불렸다. 하지만 모든 게 소문일 뿐이라 일반 당원들은 “형제단”에 대해서도 “그 책”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언급하기를 꺼렸다.

제 2장 p.37~38

“손들어!” 사나운 외침이 그를 맞았다.
튼실하고 멀끔한 용모의 아홉 살쯤 보이는 녀석이 탁자에서 튀어나오며 장난감 자동소총을 들이대나 싶더니, 두 살쯤 어려 보이는 계집아이도 나무 작대기를 들고 제 오빠를 따라 했다. 두 아이는 감시단 제복을 흉내 낸 파란 바지와 회색 셔츠에 목에는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머리 위로 두 손을 들어 줬지만, 윈스턴은 기분이 찝찝했다. 사내 녀석의 몸놀림이 너무 악귀 같아서 도무지 아이들 놀이의 느낌이 아니다.
“이 반역자!” 사내아이가 악을 썼다.
“너는 사상범이다! 유라시아의 첩자! 총으로 널 쏴버릴 거야, 내가 없애주겠어, 소금 광산으로 보낼 거야!”
두 아이는 그의 주변을 돌다 “배신자!”와 “사상범!” 소리를 지르면서 날뛰었다. 계집아이는 오빠가 하는 짓을 고대로 따라 했다. 조만간 사람 잡아먹을 호랑이 새끼들이 전투 연습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스산했다. 상대방을 후려치거나 걷어차겠다는 잔혹하고 약빠른 눈빛, 이제 곧 그럴 수 있다는 자의식이 사내아이 눈에 이글거렸다. 진짜 총알이 장전되어 있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윈스턴은 생각했다.

제 3장 p.53~54

하지만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가 불과 4년 전 유라시아와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조만간 지워질 게 뻔하다 해도, 그의 의식에 남은 이 명백한 사실 말이다. 세상 모든 이가 당에서 내놓는 거짓을 믿고, 모든 자료에도 같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그 거짓은 역사의 이름으로 진실이 되어 세상에 퍼질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이는 당의 구호다. 과거는 본디 변신이 쉬울 것 같지만, 그렇게 된 적은 없다. 현재의 진실만이 앞으로도 영원히 진실로 남을 뿐이다. 그러니 간단하다. 자신의 기억을 계속 지워 없애면 된다. ‘현실 통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새 말법에 따르면 그것 역시 ‘이중 사유’다.
“편히 쉬어엇!”
아까보다는 살짝 순해진 소리로 여자 교관이 명했다.
윈스턴은 두 팔을 양옆으로 늘어뜨리고, 천천히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미로와 같은 이중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알면서 모르기, 새빨간 거짓인 줄 알면서 진실을 말한다고 스스로 확신하기,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음을 알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철석같이 믿기, 논리를 부정하는 논리의 도입, 양심을 지키라고 주장하며 양심을 거스르기, 민주주의는 불가능하지만 당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믿기, 잊을 필요가 있는 건 뭐든 잊어버리기, 그리고 필요할 때 다시 기억해내기, 그리고 이 사실을 얼른 다시 잊어버리기, 무엇보다 이 과정 자체에 이 과정을 다시 적용하기. 가장 애매한 건 다음인데, 의식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들어갔다 방금 최면 상태에 빠졌던 걸 의식 못하기. 그러니 ‘이중 사유’라는 말의 이해부터 오직 이중 사유의 방식으로만 가능했다.

제 5장 p.76~77

시미는 굳이 이렇게 덧붙였다. 느닷없이 빅브라더를 언급하자 윈스턴은 순간적으로 떨떠름한 기색이 자기 얼굴에 스쳤단 생각이 잠시 들었다. 시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는지, 아무래도 김이 좀 새는 모양이었다.
“윈스턴, 새 말법의 진정한 가치를 자네는 잘 모르는군.”
거의 서러운 기색으로 그가 말했다.
“그러니 새 말법으로 글을 써도, 생각은 여전히 옛 말법으로 하는 거라. 이따금 〈타임즈〉에 자네가 쓴 기사를 몇 편 읽어봤거든. 제법 괜찮은 글이지만, 그건 번역일 따름 아닌가. 그게 왜 그런고 하니, 자네 마음을 꽉 붙들고 있는 그 옛 말밥들은 워낙 그 뜻이 모호하고 쓸데없는 의미가 섞여 있기 때문인 거야. 어휘 단축의 아름다움, 그 진가를 아직 이해 못하는 거라. 우리의 ‘새 말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휘 수가 계속 줄어드는 언어란 걸 혹시 아시는지?”
윈스턴은 당연히 알고 있다. 굳이 말로 하기는 좀 그래서, 그렇단 뜻의 미소로 응답했다. 거무튀튀한 남은 빵조각을 얼른 다시 씹더니 시미가 말을 이었다.
“이건 알지? 새 말법의 목표는 생각의 폭을 확 좁혀버리는 거란 말이야. 이대로만 하면 이제 말 그대로 사상범은 생길 수가 없어. 그런 따위를 표현할 단어가 없어지니까. 이제 모든 개념은 각각 한 단어로만 명시되는 거야. 엄격하게 정의되고, 유사하고 애매한 단어는 모두 지워버리고, 종국에는 잊게 되는 거지. 11쇄 개정판은 완성 단계에 가까워지는 거라. 하지만 이런 과정은 우리가 세상을 뜬 후에도 꾸준히 계속되는 거야. 해마다 조금씩 단어가 줄어드는 만큼 의식의 폭도 그렇게 점점 더 축소된단 말이지. 물론 지금도 범죄 생각을 감행할 이유나 근거는 없어. 그건 개인 수양과 현실 통제 능력이 모자라 생기는 문제일 따름이지. 결국 우리 언어가 완벽해질 때 혁명은 완수된다. 따라서 ‘새 말법’이 ‘영.사.’고, ‘영.사.’가 ‘새 말법’인 거라.”
본인 스스로 알쏭달쏭 자기 말에 취한 듯 그는 말을 계속했다.
“윈스턴, 길게 잡아 2050년 즈음,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 있을 거 같나? 자네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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