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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인물/역사속 인물

[비람북스 인물시리즈] 백석 -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by 서연비람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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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흔히 백석의 시는 평북 방언이나 고어 등의 출현으로 인해 읽기가 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석_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에는 일제의 암흑기를 살았던 백석 신인의 구체적인 생활상과 그 시대에 대한 시인의 시대정신이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의 시에 대한 감상과 이해에 있어서 그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

1부 가난하고
국수
여우난골족
팔원

2부 외롭고
통영
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3부 높고
북신
북방에서
조당에서

4부 쓸쓸하니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소설 백석 해설
백석 연보
소설 백석을 전후한 한국사 연보


저자 소개

김명철 지음

충청북도 옥천 출생.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졸업,
장안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 및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2006년 『실천문학』 시 부문 신인상 당선.
시집으로 『짧게, 카운터펀치』와 『바람의 기원』,
문학이론서로 『현대시의 감상과 창작』,
공동 단편 소설집으로 『하늘과 땅을 움직인 사람들』이 있음.


아르코 창작 기금 3회 수혜. 화성작가회의 회장.


책 속으로

국수 p.12~13

지금 일제는 중일 전쟁을 치르느라 어떻게 해서든 조선 청년들을 징병하거나 징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많은 문학인들은 알게 모르게 일제의 이런 정책에 호응하면서 징병을 선동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창씨개명까지 강요하고 있었다.
백석은 이런 일들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과의 갈등 때문에 경성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백석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삶의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지 큰 갈림길에 서 있었다. 조선의 상황을 보면 멀리 만주로도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내 나라 내 민족을 떠난다는 것이,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그 멀리로 떠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실행에 옮길 앞날을 계획하기 위한 여행이었는지라 백석의 몸과 마음은 돌덩이 같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p.74~75

백석은 국숫집을 겸하고 있던 여인숙에 머물면서, 함흥의 북서쪽에 있는 성천강 상류, 북관지역을 떠돌고 있었다. 그 북관에서 백석은 북관 사람들이 먹는 메밀국수며 감자떡을, 그들과 같이 먹고 있을 때에는 조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하얀 자작나무로 만든 산골집의 대들보며 기둥이며 문살 들을 보면서, 조선 사람들의 착한 마음씨와 조선 민족의 영혼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거기에서 투박하지만 소박하면서도 인정 많은 조선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아주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북관 여행 거의 마지막 날에는 엄청난 눈이 내렸다. 백석은 머물던 여인숙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함박눈이 여인숙 마당에도, 담장 밖 길에도, 저 너머 산자락에도 푹푹 쌓여갔다. 온 하늘과 온 땅이 하얗게 변해갔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하얗게 하얗게 파묻혔다. 함박눈은 백석의 마음 밑바닥에도 푹푹 쌓여갔다. 백석은 연필을 꺼내 들었다.

조당에서 p.113

백석은 아무리 가난해도 조선을 버리는 짓은 결코 할 수가 없었다. 조선을 버리고 조선어를 버리는 짓은, 시를 쓰지 못한다 할지라도 차마 그 노릇은 할 수가 없었다.
백석은 측량하는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백석은 어릴 때에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신문사 촉탁 사진사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백석이 직접 농사를 지어볼 기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