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론가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선
문학 감상 능력도 기르고, 시험 대비도 하고
[한국 대표 단편선]을 주제별로 엮어 총 6권으로 기획했다. 청소년에게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자극하고 세련된 정서를 길러주고자 하였다. 또 예비 수험생들에게는 작품에 대한 지식과 감상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과서에 많이 실린 작품을 위주로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이 책은 한국 대표 단편선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집]이다.
소설의 이해와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작품을 직접 읽는 일이다. 그런데 작품이 창작된 시기와 현재는 많은 시간이 흘러 창작 당시에 쓰인 낯선 어휘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당시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서연비람 한국 대표 단편선]은 매 작품마다 평론가 전도현 선생님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작가 소개’, ‘작품 해설’,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와 ‘뜻풀이’를 곁들여 청소년들이 작품을 쉽게 감상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목차
이 책을 추천하며
책머리에
식민지 시대 조선인의 비참한 생활상
홍염 | 최서해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식민지 조선의 피폐해진 농촌
고향 | 현진건
모범 경작생 | 박영준
분열된 내면세계와 참된 삶에의 지향
날개 | 이상
무진기행 | 김승옥
저자 소개
전도현 엮음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광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형상』이 있고, 함께 엮은 책으로 『남북한 현대문학사』, 『영화 속의 혹은 영화 곁의 문학』, 『한국 현대시문학사』, 『백석 시 읽기의 즐거움』, 『한국근현대 학교 간행물 연구 Ⅰ·Ⅱ』, 『한국 근대잡지 소재 문학 텍스트 연구 Ⅰ·Ⅱ』 등이 있다.
송하춘 감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문학박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장 역임.
197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한 번 그렇게 보낸 가을』로 등단하여 『은장도와 트럼펫』, 『스핑크스도 모른다』 등 창작집을 발표하였다.
제3회 오영수 문학상, 제9회 채만식 문학상,
제63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문학 분야 등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1920년대 한국소설연구』, 『탐구로서의 소설독법』,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한국근대소설사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1920년대 간도 이주민과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린 작품들이다.
사실적인 묘사와 아이러니를 통해 극도의 가난으로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홍염
이 소설은 1920년대 서간도의 ‘빼허〔白河〕’라는 촌락을 배경으로, 조선인 이주민의 비참한 생활상과 중국인 지주의 횡포에 대한 저항을 그린 작품이다.
경기도에서 소작농 생활을 하던 문 서방은 먹고살기 힘들어 가족을 이끌고 서간도로 들어왔지만, 여기서도 소작인 노릇을 면치 못한다. 게다가 연이어 흉년이 들면서 중국인 지주 인가에게 빚을 지게 된다.
운수 좋은 날
이 소설은 192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인력거꾼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이날은 인력거꾼인 김 첨지에게 오래간만에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앞집 마나님과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연이어 태웠을 뿐 아니라, 학생 하나를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으로 황폐해져 가는 농촌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다.
순박한 농사꾼과 기회주의적인 인물 등을 내세워 일제의 수탈과 기만적인 농촌 정책을 폭로하고 비판했다.
고향
이 소설은 기차간에서 우연히 만난 한 실향민의 사연을 통해, 1920년대 고향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그려내고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는 서울로 가는 기차간에서 한·중·일 삼국의 옷을 기묘하게 섞어 입은 ‘그’를 만난다. 그의 어쭙잖은 행동에 외면하려 했지만 마주 앉아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대화를 나누게 된다.
모범 경작생
이 소설은 1930년대 일제의 농업 정책에 동조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한 청년의 행태를 통해 궁핍한 농촌 현실을 그려 내며 일제의 기만적인 수탈 정책을 비판한 작품이다.
길서는 마을에서 유일한 보통학교 졸업생으로 혼자 군청과 면사무소를 드나들며 마을 사람들을 지도하는 청년이다. 제 땅을 지닌 자작농으로 부지런하여 해마다 돈도 벌었고, 군 대표로 뽑혀 서울의 농사 강습회를 가기도 해 선망의 대상이었다.
부조리하고 타락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분열적인 자의식과 내적 갈등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의식의 흐름 기법과 기행의 형식을 통해 인상적으로 그렸다.
날개
이 소설은 파행적인 부부 관계를 소재로 무기력한 지식인의 자폐적이고 분열된 내면세계와 극복 의지를 심리주의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유곽인 33번지에서 아내와 함께 산다. 그날그날을 그저 게으르게 방에서 뒹굴면서, 아내의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휴지를 태우며 논다. 아내가 준 돈을 저금통에 모아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귀찮아 변소에 던져 버린다.
무진기행
이 소설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무진이란 곳으로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제약회사 전무 승진을 앞두고 아내의 권유에 따라 무진으로 떠난다. 무진은 안개가 명물인 고장으로, 어두웠던 젊은 날의 기억이 서려 있는 고향이다. 나는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해야 하거나 새 출발이 필요할 때 그곳에 가곤 했었다.
추천사
이 책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을 읽어주겠다니 참 아름다운 인간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그 시대가 창출한 가장 강렬한 정신적 유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일 텐데, 커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직접 창작을 해온 사람으로서, 문학이 인성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높게 평가함은 당연하며, 한바탕 성장과 발육을 향해서만 치닫는 청소년기야말로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을 때라는 생각을 늘 해온 사람이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읽으면서 자랐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도시로 나간 시골소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동화집은 나로서는 세상에는 없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도 신비한 글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책들을 찾아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훨씬 훗날 미국에 가서 한국문학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칠까 고심하다가 나는 결국 나의 성장기에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을 갖고 가서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들은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 중학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는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세상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까지 뻗친 것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서연비람〉이 엮어낸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선』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읽어라! 모르겠거든 알 때까지 읽어라! 이것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소설을 쓰면서 얻은 올바른 소설독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으니 서연비람의 독자들이야말로 천군에 만마를 얻은 셈이다. 모두 6권 40편의 아름다운 단편소설 모음집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걸어 괜히 낯설거나 정체가 불명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좀 해묵어보이더라도 우리 조부모 때부터,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읽히고 검증을 받아온 모범적인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편편이 ‘작가 소개–작품 해설–작품–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의 순서를 밟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는 이 책이 고안한 아주 특별한 코너로서, 그동안 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한 선생과 학생의 실체를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학습은 꼭 배워서만 안다기보다 그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회초리와 함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시절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송하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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