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론가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선
문학 감상 능력도 기르고, 시험 대비도 하고
[한국 대표 단편선]을 주제별로 엮어 총 6권으로 기획했다. 청소년에게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자극하고 세련된 정서를 길러주고자 하였다. 또 예비 수험생들에게는 작품에 대한 지식과 감상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과서에 많이 실린 작품을 위주로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이 책은 한국 대표 단편선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집]이다.
소설의 이해와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작품을 직접 읽는 일이다. 그런데 작품이 창작된 시기와 현재는 많은 시간이 흘러 창작 당시에 쓰인 낯선 어휘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당시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서연비람 한국 대표 단편선]은 매 작품마다 평론가 전도현 선생님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작가 소개’, ‘작품 해설’,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와 ‘뜻풀이’를 곁들여 청소년들이 작품을 쉽게 감상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목차
이 책을 추천하며
책머리에
인간 욕망의 다양한 모습과 결말
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금 따는 콩밭 | 김유정
독 짓는 늙은이 | 황순원
황폐하고 궁핍한 시대 속 지식인의 고뇌
패강랭 | 이태준
빈처 | 현진건
토속적이고 신비스러운 운명론적 세계
무녀도 | 김동리
역마 | 김동리
저자 소개
전도현 엮음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광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형상』이 있고, 함께 엮은 책으로 『남북한 현대문학사』, 『영화 속의 혹은 영화 곁의 문학』, 『한국 현대시문학사』, 『백석 시 읽기의 즐거움』, 『한국근현대 학교 간행물 연구 Ⅰ·Ⅱ』, 『한국 근대잡지 소재 문학 텍스트 연구 Ⅰ·Ⅱ』 등이 있다.
송하춘 감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문학박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장 역임.
197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한 번 그렇게 보낸 가을』로 등단하여 『은장도와 트럼펫』, 『스핑크스도 모른다』 등 창작집을 발표하였다.
제3회 오영수 문학상, 제9회 채만식 문학상,
제63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문학 분야 등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1920년대 한국소설연구』, 『탐구로서의 소설독법』,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한국근대소설사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다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그것이 가져오는 숭고하거나 비참한 결말을 그려 낸 작품들이다. 억눌린 욕망의 각성과 승화, 탐욕에 이끌리는 어리석음, 욕망이 지배하는 현실 속 장인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벙어리 삼룡이
이 소설은 비천한 신분과 신체적 불구를 지닌 인물이 보여주는 순수한 연정과 죽음 이야기를 통해, 현실 속에서 성취할 수 없는 사랑의 승화와 구원의 의미를 그려낸 작품이다.
남대문 밖 연화봉이라 불리던 작은 동네에 오생원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이 있었는데, 땅달보에다가 얽은 얼굴에 입도 커서 못생겼다. 하지만 그는 충성스럽고 부지런해서 주인의 아낌을 받았다.
금 따는 콩밭
이 소설은 1930년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가난한 농민이 금을 캐내려 콩밭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통해, 허황된 탐욕에 이끌리는 어리석음과 절망적인 농촌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성실한 농사꾼이었던 영식은 금을 캔다고 콩밭 하나를 다 잡치고 눈이 뒤집혀 있다. 소작하던 논도 팽개치고 콩이 한창 자라고 있는 콩밭을 파헤쳤으나, 금은 나올 기미도 없다. 지주와 마름은 대로하고 동리 노인도 영식을 비난한다.
독 짓는 늙은이
이 소설은 독 짓는 일에 평생을 바쳐온 한 노인이 보여주는 장인적 집념과 비장한 모습의 죽음을 통해, 삶의 비극성과 이를 승화시키는 예술가 정신을 그린 작품이다.
한평생 독을 지어온 송 영감은 젊은 아내가 조수와 함께 달아나자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러면서도 어린 아들과 살아가기 위해 병으로 중단했던 독 짓기를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배신감과 지병에 시달리느라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어둡고 절망적인 일제강점기, 지식인이 느끼는 고뇌와 비애를 그린 작품들이다. 우리말과 문화가 말살되고
경제적 궁핍을 강요받는 식민지 현실이 지식인들에게 안겨주는 고뇌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패강랭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가가 오랜만에 평양을 찾아 옛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말과 전통문화가 말살되어 가는 시대상과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가인 ‘현’은 모란봉에 올라 부벽루에서 대동강을 내려다보며 조선의 자연은 슬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는 조선어 시간 축소로 학교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간다는, 오랜 친구인 ‘박’의 편지를 받고 십여 년 만에 평양에 온 터였다.
빈처
이 소설은 192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 어질고 착한 아내와 물질적 욕구를 둘러싸고 소소한 갈등을 겪다가 사랑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독서와 습작에 전념하고 있다. 한 푼 벌이도 없어 아내가 전당포에 가구나 옷가지를 잡혀 생활을 꾸려간다. 어느 날 친척 T가 자기 아내를 위해 산 양산을 보이고 간 후, 이에 자극받은 아내가 당신도 살 도리를 하라고 말한다. 그 소리에 불쾌해진 나는 역정을 낸다.
토속적인 소재를 통해 한국인의 전통적인 의식 세계를 그려낸 작품들이다.
재래의 무속 신앙과 운명관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게 펼쳐지며 운명론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무녀도
이 소설은 1930년대 농촌 마을의 한 소년이 마름의 아들인 친구와 싸운 일로 인해 아버지와 갈등을 겪다가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바우는 경환이가 방학에 내려와 나비를 잡으러 다니는 꼴이 보기 싫었다. 둘은 같은 소학교를 졸업한 친구였지만, 바우가 가난하여 진학을 포기한 데 반해 마름의 아들인 경환이는 서울의 상급학교에 진학했던 터였다.
역마
이 소설은 전라·경상 접경의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역마살을 타고난 인물이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이에 순응하는 이야기를 통해 한국적인 운명관을 그려 낸 작품이다.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하는 옥화는 아들 성기와 단둘이 살아간다. 성기의 할머니가 남사당과의 하룻밤 인연으로 옥화를 낳고, 옥화는 떠돌이 중과의 인연으로 성기를 낳았다. 그렇게 태어난 성기는 역마살을 타고난다. 옥화는 이를 없애기 위해 성기를 절에 보내고 책장사도 시켜보지만 소용이 없다.
추천사
이 책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을 읽어주겠다니 참 아름다운 인간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그 시대가 창출한 가장 강렬한 정신적 유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일 텐데, 커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직접 창작을 해온 사람으로서, 문학이 인성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높게 평가함은 당연하며, 한바탕 성장과 발육을 향해서만 치닫는 청소년기야말로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을 때라는 생각을 늘 해온 사람이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읽으면서 자랐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도시로 나간 시골소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동화집은 나로서는 세상에는 없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도 신비한 글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책들을 찾아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훨씬 훗날 미국에 가서 한국문학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칠까 고심하다가 나는 결국 나의 성장기에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을 갖고 가서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들은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 중학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는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세상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까지 뻗친 것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서연비람〉이 엮어낸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선』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읽어라! 모르겠거든 알 때까지 읽어라! 이것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소설을 쓰면서 얻은 올바른 소설독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으니 서연비람의 독자들이야말로 천군에 만마를 얻은 셈이다. 모두 6권 40편의 아름다운 단편소설 모음집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걸어 괜히 낯설거나 정체가 불명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좀 해묵어보이더라도 우리 조부모 때부터,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읽히고 검증을 받아온 모범적인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편편이 ‘작가 소개–작품 해설–작품–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의 순서를 밟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는 이 책이 고안한 아주 특별한 코너로서, 그동안 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한 선생과 학생의 실체를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학습은 꼭 배워서만 안다기보다 그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회초리와 함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시절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송하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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