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론가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선
문학 감상 능력도 기르고, 시험 대비도 하고
[한국 대표 단편선]을 주제별로 엮어 총 6권으로 기획했다. 청소년에게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자극하고 세련된 정서를 길러주고자 하였다. 또 예비 수험생들에게는 작품에 대한 지식과 감상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과서에 많이 실린 작품을 위주로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이 책은 한국 대표 단편선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작품집]이다.
소설의 이해와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작품을 직접 읽는 일이다. 그런데 작품이 창작된 시기와 현재는 많은 시간이 흘러 창작 당시에 쓰인 낯선 어휘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당시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서연비람 한국 대표 단편선]은 매 작품마다 평론가 전도현 선생님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작가 소개’, ‘작품 해설’,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와 ‘뜻풀이’를 곁들여 청소년들이 작품을 쉽게 감상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목차
이 책을 추천하며
책머리에
시공간적 배경의 상징적 의미
서울, 1964년 겨울 | 김승옥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소외된 인물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
복덕방 | 이태준
달밤 | 이태준
암울한 시대와 민중들의 힘겨운 삶
사평역 | 임철우
모래톱 이야기 | 김정한
저자 소개
전도현 엮음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광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평론집으로 『시간의 형상』이 있고, 함께 엮은 책으로 『남북한 현대문학사』, 『영화 속의 혹은 영화 곁의 문학』, 『한국 현대시문학사』, 『백석 시 읽기의 즐거움』, 『한국근현대 학교 간행물 연구 Ⅰ·Ⅱ』, 『한국 근대잡지 소재 문학 텍스트 연구 Ⅰ·Ⅱ』 등이 있다.
송하춘 감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문학박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장 역임.
197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한 번 그렇게 보낸 가을』로 등단하여 『은장도와 트럼펫』, 『스핑크스도 모른다』 등 창작집을 발표하였다.
제3회 오영수 문학상, 제9회 채만식 문학상,
제63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문학 분야 등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1920년대 한국소설연구』, 『탐구로서의 소설독법』,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한국근대소설사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제목으로 표현된 시공간적 배경이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소설들이다.
도시에서의 삭막한 인간관계와 낭만적인 자연 속의 순수한 애욕이라는 주제가 배경을 통해 환기되고 있다.
서울, 1964년 겨울
이 소설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고독한 세 인물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단절된 인간관계와 소외감을 그린 작품이다.
1964년 겨울밤, 서울의 한 선술집에서 세 남자가 만난다. 김씨 성을 가진 구청 직원 ‘나’와 대학원생 ‘안’, 가난뱅이로 보이는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이다. ‘나’와 ‘안’이 먼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게 되지만, 무의미한 이야기로 서로 겉돌거나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둘이 자리를 옮기려는 차에 사내가 동행을 청해 합류한다.
메밀꽃 필 무렵
이 소설은 달밤의 아름다운 산길을 배경으로, 떠돌이 장돌뱅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하고 원초적인 사랑과 혈육의 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장돌뱅이 허 생원은 봉평장이 파하자 친구 조 선달과 충줏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충줏집과 수작하는 것을 보고 그를 심하게 나무란다. 그러나 당나귀가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을 알려준 동이의 행동에 곧 마음이 누그러진다.
급격한 시대 변화 속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비애와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자본주의적 흐름 속에 각박해지는 세태와
인간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대비되고 있다.
복덕방
이 소설은 1930년대 서울의 한 복덕방을 배경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좌절감과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안 초시는 매사에 짜증이 나고 불만스럽다. 돈이 없어 늘 쪼들리고 세상과 인연이 끊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유명한 무용가 딸이 있으나 인색하게 군다. 그는 여러 번 사업을 실패한 후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달밤
이 소설은 1930년대 서울 성북동을 배경으로, 우둔하지만 순박한 인물이 각박한 현실 속에서 번번이 실패하며 아픔을 겪는 모습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나’는 사대문 안에 살다가 성북동으로 이사 와서 신문 배달부인 황수건을 만난다. 우둔하면서도 천진한 그는 말 걸기를 좋아해 허물없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신이 나서 어리석은 소리들을 지껄이기도 한다. ‘나’는 그런 그를 “순박한 시골의 정취를 돋워 주는” 인물로 생각하며 좋아한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그려진 작품들이다. 따뜻한 인간애로 감싸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강렬한 고발과 저항 정신을 통해 민중들의 비애와 상처가 표출되고 있다.
사평역
이 소설은 1980년대 시골 간이역의 대합실을 배경으로 소외된 인물들의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과 그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연민의 정서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눈발이 퍼붓는 어두운 밤 사평역 대합실에서 사람들이 막차를 기다리고 있다. 도회지 병원으로 가는 기침 환자 노인과 아들, 12년 만에 출소하여 동료 무기수의 부탁으로 그의 노모를 찾아왔으나 허탕을 친 중년 사내, 민주화 운동으로 제적당했으나 차마 집에 알리지 못한 대학생, 그리고 미친 여자이다.
모래톱 이야기
이 소설은 1960년대 낙동강 하구의 섬마을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소외되고 핍박받아온 주민들의 비참한 삶과 저항 정신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교사인 ‘나’는 나룻배 통학생인 건우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간다. 건우는 어머니와 할아버지랑 ‘조마이섬’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방문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윤춘삼과 건우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을 만난다. 윤춘삼은 ‘나’가 한국전쟁 시기에 사상범으로 육군 특무대에 잡혀 있을 때 함께 갇혀 있던 사람이었다.
추천사
이 책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을 읽어주겠다니 참 아름다운 인간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그 시대가 창출한 가장 강렬한 정신적 유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일 텐데, 커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직접 창작을 해온 사람으로서, 문학이 인성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높게 평가함은 당연하며, 한바탕 성장과 발육을 향해서만 치닫는 청소년기야말로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을 때라는 생각을 늘 해온 사람이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읽으면서 자랐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도시로 나간 시골소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동화집은 나로서는 세상에는 없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도 신비한 글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책들을 찾아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훨씬 훗날 미국에 가서 한국문학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칠까 고심하다가 나는 결국 나의 성장기에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을 갖고 가서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들은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 중학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는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세상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까지 뻗친 것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서연비람〉이 엮어낸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선』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읽어라! 모르겠거든 알 때까지 읽어라! 이것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소설을 쓰면서 얻은 올바른 소설독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으니 서연비람의 독자들이야말로 천군에 만마를 얻은 셈이다. 모두 6권 40편의 아름다운 단편소설 모음집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걸어 괜히 낯설거나 정체가 불명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좀 해묵어보이더라도 우리 조부모 때부터,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읽히고 검증을 받아온 모범적인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편편이 ‘작가 소개–작품 해설–작품–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의 순서를 밟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는 이 책이 고안한 아주 특별한 코너로서, 그동안 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한 선생과 학생의 실체를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학습은 꼭 배워서만 안다기보다 그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회초리와 함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시절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송하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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